부동산 팔고, 자사주 사고…유통업계, 생존 위해 '몸부림'

롯데·이마트·현대百, 주가 띄우기 고심…"근본적 처방 아냐"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유통업계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주요 유통업체들은 위기 탈출을 위해 부동산 자산 매각과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실적 부진의 원인이 워낙 구조적인 문제여서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는 유통업 대표 자회사인 롯데쇼핑 주식 20만주(약 273억원 규모)를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장내 매수했다.

거래 후 롯데지주의 롯데쇼핑 지분율은 39.5%까지 상승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자회사인 롯데쇼핑의 실적 개선을 위한 책임경영 차원에서 주식을 매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도 이번 주식 매입이 롯데쇼핑 실적 악화 및 주가 하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쇼핑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천96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5% 감소했고, 롯데마트는 2분기에 3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하이마트와 롯데슈퍼도 유통업 부진의 추세를 비껴가지 못했다.

롯데쇼핑의 주가는 쿠팡 등 전자상거래 업체의 최저가 공세에 더해 지난 7월부터는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까지 겹치면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7월 1일 종가 기준 16만5천원이었던 롯데쇼핑 주가는 2일 종가 기준 13만5천원까지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롯데지주가 롯데쇼핑의 주식을 추가로 매입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이마트도 주가 안정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오는 11월 13일까지 95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장내에서 사들이기로 했고 현대백화점도 지난달 8일 162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방침을 공시했다.

이마트는 2분기에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면서 주가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폭락했고, 현대백화점도 업황 악화로 들쑥날쑥한 실적을 내면서 주가가 지난 3월 연중 고점을 기록한 이후 30% 이상 급락했다.

롯데하이마트는 회사 차원이 아니라 대표이사가 직접 회사 주식을 매입해 책임경영 의지를 다졌다.

자회사 주식이나 자사주 매입과 함께 주요 유통업체들이 선택한 또하나의 자구책은 부동산 매각을 통한 자산 유동화다.

그동안 '묵은 자산'이었던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한편 체계적 자산 관리를 통한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마트와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이 이같은 움직임에 동참했다.

이마트는 점포 건물을 매각한 후 재임차해 운영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올해 말까지 약 1조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마트는 158개 점포(할인점 142개, 트레이더스 16개) 중 자가 점포가 135개(85.4%)로, 자가점포 비율이 50∼60% 정도인 경쟁사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마트는 자산 유동화를 통해 확보된 현금을 재무건전성 강화 등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과 마트, 아울렛 등 롯데쇼핑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의 유동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롯데리츠는 오는 23일부터 10월 2일까지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10월 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현물 출자해 롯데리츠 지분 50%를 보유한 앵커 투자자로 참여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흥행 실패로 코스피 상장 계획을 한차례 철회했던 홈플러스리츠도 시장 상황을 봐가며 상장을 재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작금의 유통업 위기가 인구 구조와 소비 트렌드 변화, 강력한 유통업 규제 등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 만큼 자사주 매입이나 부동산 매각 등의 자구책으로 위기를 탈출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이나 부동산 매각 등의 조치가 과도하게 하락한 주가를 부양하거나 시장의 신뢰를 일부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 처방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실적 개선을 위한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