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읽는' 이승우·은희경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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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장편소설 '캉탕' '빛의 과거' 출간
소설가 이승우와 은희경은 현시점에서 문단을 대표할만한 남녀 중견작가 가운데 하나로 각각 꼽힌다. 독창적이고 관념적인 작품 세계로 잘 알려진 이승우는 노벨상 수상 작가 르 클레지오로부터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큰 작가라는 찬사를 받았다.
은희경은 표절 파문에 상처 입은 신경숙의 공백 속에서 한강 등과 함께 국내 여성 소설가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두 작가가 실로 오랜만에 장편소설을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승우는 장편 단행본 '캉탕'(현대문학)으로, 은희경은 '빛의 과거'(문학과지성사)로 서점 문을 두드린다. '캉탕'은 지난해 말 계간 현대문학에 발표해 '오영수문학상'을 받은 소설을 퇴고해 단행본으로 출간한 작품이다.
'사랑의 생애'(2017) 이후 2년 반 만에 정식으로 출간된 장편이다. 제목 캉탕은 대서양에 있는 작은 항구 도시 이름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세 사람은 신화 속 '세이렌'의 노래에 이끌리듯 이곳으로 온다.
각자의 번뇌에서 벗어나고자 이들은 캉탕을 찾지만, 진정한 자신을 찾기는 쉽지 않다. 소설엔 작가 특유의 기독교적 원죄 의식이 깔려 있다.
죄를 씻고 구원에 이르는 길은 진정한 고해뿐이다.
이를 통해 억압에서 벗어나고 파란 바다를 바라보며 자유를 갈구한다.
소설은 등단 이후 38년간 독보적 지위를 구축해온 작가의 문학 세계와 가치관, 필력이 집약된 작품이라고 한다.
이승우의 글쓰기는 구도자의 수행 같다.
이번 소설에서도 두렵도록 검푸른 망망대해를 가로질러 빛을 향해 항해하는 중세 범선의 모습이 떠올려진다.
'신이시여 원하거든 나를 죽이소서. 원하거든 나를 살리소서. 그러나 방향타는 놓지 않겠나이다'라고 말하는 11세기 뱃사람을 보는 듯하다.
이승우는 1981년 한국문학을 통해 등단해 소설집 '구평목씨의 바퀴벌레', '모르는 사람들' 등과 장편 '에리직톤의 초상', 생의 이면', '한낮의 시선' 등을 펴냈다.
대산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받았다.
이번 작품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열네 번째 소설이다. '빛의 과거'는 은희경이 7년 만에 내어놓는 장편이다.
'태연한 인생'(2012) 이후 오랜만에 공백을 깬 여덟 번째 장편으로 오랜 시간 구상과 퇴고를 거쳤다.
주인공 '나'가 죽마지우의 작품을 읽으며 1977년 여대 기숙사에서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는 이야기가 뼈대다.
기숙사 룸메이트. '임의'로 한 방에 배정된 관계들이다.
그러나 그 '임의'로 의해 그들이 맺어야 할 관계의 운명은 전혀 가볍지 않다.
우리 인생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우연으로 채워지지만 무겁게 감당해 나가야 한다는 것임을 강조하려 한 것일지 모르겠다.
신입생 기숙사 이야기인 만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
1977년을 묘사하나 이들 캐릭터의 보편성은 현재도 유효하다.
말더듬증이 있는 주인공은 '회피'를 방어 기제로 사용한다.
하지만 어떤 인물은 주인공과 정반대로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욕망에 충실하다.
남의 허물을 지적하면서도 예외 없이 똑같은 허물을 반복하는 자, 생각과 행동의 괴리가 큰 자, 무리에 끼는 것을 거부한 채 자기 취향에 충실한 자 등 다양한 성격들이 어울리고 부딪친다.
사람 사이의 상투적 관계와 그에 따른 소통 단절을 드러내는 작가 특유의 냉정한 시선은 여전하다.
1970년대 문화 코드를 눈앞에서 보듯 세밀화처럼 묘사한 은희경의 '디테일'이 또 한 번 빛난다.
경양식집 '세실', 맛동산, 티나 크래커, 밀감으로 채운 입사 환영식, 음악 감상실, 대학 가요제…. 한국에서도 히트한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감독한 신카이 마코토의 정밀화가 생각난다.
'봉테일(봉준호 영화감독의 디테일)'의 원조는 사실 ''은테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은희경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은 뉴스가 되지만, 그 작품이 '좋다'는 사실은 뉴스가 되지 못한다"고 평했다.
1995년 동아일보를 통해 등단한 은희경은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 중국식 룰렛' 등과 장편 '새의 선물', '마이너리그' 등이 있다. 동서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받았다.
/연합뉴스
소설가 이승우와 은희경은 현시점에서 문단을 대표할만한 남녀 중견작가 가운데 하나로 각각 꼽힌다. 독창적이고 관념적인 작품 세계로 잘 알려진 이승우는 노벨상 수상 작가 르 클레지오로부터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큰 작가라는 찬사를 받았다.
은희경은 표절 파문에 상처 입은 신경숙의 공백 속에서 한강 등과 함께 국내 여성 소설가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두 작가가 실로 오랜만에 장편소설을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승우는 장편 단행본 '캉탕'(현대문학)으로, 은희경은 '빛의 과거'(문학과지성사)로 서점 문을 두드린다. '캉탕'은 지난해 말 계간 현대문학에 발표해 '오영수문학상'을 받은 소설을 퇴고해 단행본으로 출간한 작품이다.
'사랑의 생애'(2017) 이후 2년 반 만에 정식으로 출간된 장편이다. 제목 캉탕은 대서양에 있는 작은 항구 도시 이름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세 사람은 신화 속 '세이렌'의 노래에 이끌리듯 이곳으로 온다.
각자의 번뇌에서 벗어나고자 이들은 캉탕을 찾지만, 진정한 자신을 찾기는 쉽지 않다. 소설엔 작가 특유의 기독교적 원죄 의식이 깔려 있다.
죄를 씻고 구원에 이르는 길은 진정한 고해뿐이다.
이를 통해 억압에서 벗어나고 파란 바다를 바라보며 자유를 갈구한다.
소설은 등단 이후 38년간 독보적 지위를 구축해온 작가의 문학 세계와 가치관, 필력이 집약된 작품이라고 한다.
이승우의 글쓰기는 구도자의 수행 같다.
이번 소설에서도 두렵도록 검푸른 망망대해를 가로질러 빛을 향해 항해하는 중세 범선의 모습이 떠올려진다.
'신이시여 원하거든 나를 죽이소서. 원하거든 나를 살리소서. 그러나 방향타는 놓지 않겠나이다'라고 말하는 11세기 뱃사람을 보는 듯하다.
이승우는 1981년 한국문학을 통해 등단해 소설집 '구평목씨의 바퀴벌레', '모르는 사람들' 등과 장편 '에리직톤의 초상', 생의 이면', '한낮의 시선' 등을 펴냈다.
대산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받았다.
이번 작품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열네 번째 소설이다. '빛의 과거'는 은희경이 7년 만에 내어놓는 장편이다.
'태연한 인생'(2012) 이후 오랜만에 공백을 깬 여덟 번째 장편으로 오랜 시간 구상과 퇴고를 거쳤다.
주인공 '나'가 죽마지우의 작품을 읽으며 1977년 여대 기숙사에서 겪었던 일들을 떠올리는 이야기가 뼈대다.
기숙사 룸메이트. '임의'로 한 방에 배정된 관계들이다.
그러나 그 '임의'로 의해 그들이 맺어야 할 관계의 운명은 전혀 가볍지 않다.
우리 인생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우연으로 채워지지만 무겁게 감당해 나가야 한다는 것임을 강조하려 한 것일지 모르겠다.
신입생 기숙사 이야기인 만큼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
1977년을 묘사하나 이들 캐릭터의 보편성은 현재도 유효하다.
말더듬증이 있는 주인공은 '회피'를 방어 기제로 사용한다.
하지만 어떤 인물은 주인공과 정반대로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욕망에 충실하다.
남의 허물을 지적하면서도 예외 없이 똑같은 허물을 반복하는 자, 생각과 행동의 괴리가 큰 자, 무리에 끼는 것을 거부한 채 자기 취향에 충실한 자 등 다양한 성격들이 어울리고 부딪친다.
사람 사이의 상투적 관계와 그에 따른 소통 단절을 드러내는 작가 특유의 냉정한 시선은 여전하다.
1970년대 문화 코드를 눈앞에서 보듯 세밀화처럼 묘사한 은희경의 '디테일'이 또 한 번 빛난다.
경양식집 '세실', 맛동산, 티나 크래커, 밀감으로 채운 입사 환영식, 음악 감상실, 대학 가요제…. 한국에서도 히트한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감독한 신카이 마코토의 정밀화가 생각난다.
'봉테일(봉준호 영화감독의 디테일)'의 원조는 사실 ''은테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은희경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은 뉴스가 되지만, 그 작품이 '좋다'는 사실은 뉴스가 되지 못한다"고 평했다.
1995년 동아일보를 통해 등단한 은희경은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 중국식 룰렛' 등과 장편 '새의 선물', '마이너리그' 등이 있다. 동서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