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101 "강의 영상에 준비물도 제공…'소확행'족 사로잡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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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도전했다서울역 앞 공유오피스 위워크엔 하루종일 시끌벅적한 사무실이 있다. 입구부터 범상찮다. 유리 벽엔 ‘스타트업의 일주일은 보통 사람의 한 달이다’, ‘허락받는 것보다 용서받는 것이 쉽다’와 같은 문구가 붙어 있다. 사무실 곳곳을 누비는 킥보드도 눈에 띈다.
'취미 콘텐츠 영상' 플랫폼으로
대박 낸 클래스101
좋은 팀이 좋은 결과 만든다
이 사무실의 주인은 지난 4월 120억원의 시리즈A(첫 기관투자가 투자)를 유치해 화제가 된 취미 동영상 강의 플랫폼 클래스101이다. 대학에 재학 중인 어린 학생들로 구성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임에도 시리즈A부터 ‘잭팟’을 터뜨렸다.유튜브와 차별화에 성공
클래스101의 시작은 과외 중개 사이트 ‘페달링’이었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 학생 여덟 명이 2015년 창업했다. 과외비 ‘먹튀’(돈을 받고 연락을 끊는 행위) 방지, 수업노트 공개 등 20개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기대만큼의 반응은 없었다. 결국 창업 3년째인 2017년 사업 전환을 결정했다.창업 멤버들은 자기 자신을 가상의 고객으로 간주했다. 내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를 고민하다가 내놓은 아이템은 ‘취미’였다. 수업료를 받고 온라인으로 취미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쪽으로 비즈니스 모델 방향을 틀었다.
경쟁자는 유튜브였다. 영상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나만의 작품’을 소유할 수 있는 강좌로 플랫폼을 채웠다. 수강생에게도 따라 하면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준비물을 함께 제공했다. 드로잉 수업을 신청하면 색연필과 종이를, 뜨개질을 선택하면 실과 바늘 세트를 보내주는 식이다.
소비자는 유튜브와 다른 취지의 강연 영상에 매료됐다. 시범적으로 내놓은 ‘반려동물 증명사진 찍기’ ‘가죽공예’ 등이 잇따라 히트했다. 특히 25~35세 여성 소비자의 반응이 좋았다. 고지연 대표는 “때마침 시작된 주 52시간 근로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신드롬 등이 우리가 올린 돛에 순풍이 돼줬다”고 말했다.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반밖에 안 됐지만 이미 누적 방문자 수가 500만 명이 넘는다. 공예, 요리, 뜨개질, 미술 등 310개 수업이 개설됐고, 3200명의 크리에이터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 중 10%에 해당하는 320여 명이 꾸준히 수업료 소득을 올리고 있다. ‘빅5’로 꼽히는 크리에이터는 3개월이면 1억원 이상을 가져간다. 지난달 말 클래스101이 지급한 누적 정산액은 70억원이 넘었다. 고 대표는 “‘월세 50만원을 내는 데 보탬이 되면 좋겠다’던 크리에이터가 정산금액을 보고 ‘로또 맞은 기분’이라고 소리칠 때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클래스101의 팀 컬러는 ‘착·똑·야’8명으로 시작한 클래스101은 현재 구성원이 80명으로 불어났다. 조직이 커지고 사업이 확장하면서 고민이 생겼다. 조직 구성원 대부분이 20대 초반이라 경험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처리하는 게 만만찮다.
클래스101은 역량 부족을 느낄 때마다 외부 전문가를 불러 컨설팅을 받는다. 클래스101의 정체성과 맞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고 대표는 “각 분야 전문가를 수소문해 컨설팅 전 여러 차례 사적으로 만나보고 우리와 결이 맞는지 판단한다”며 “능력보다는 궁합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천세희 부대표처럼 컨설팅을 받다가 ‘케미’가 맞아 직원으로 영입한 사례도 있다. 그는 네이버, 맥도날드, 배달의민족 등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컨설팅사인 더자람을 설립한 인물이다. 배달의민족 가게 운영 노하우 전수 프로그램인 ‘배민아카데미’가 그의 작품이다. 컨설팅을 하다가 남다른 회사 분위기에 매료돼 클래스101에 합류했다. 천 부대표는 “클래스101은 대표 한 명이 아니라 팀이 꾸려가는 조직”이라고 평가했다.
클래스101의 인재상은 ‘착·똑·야’다. 착하고 똑똑하고 야망있는 사람의 준말이다. 고 대표는 “거침없고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서로가 ‘착한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조직 대비 10배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똑똑한 사람, 그리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려는 야망있는 사람들로 꾸린 팀이 바로 클래스101이라는 설명이다.이들은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지키기 위해 서로를 나이, 직급에 상관없이 닉네임으로 부르고 반말을 사용한다. 고 대표도, 그보다 스무 살 많은 천 부대표도 각각 ‘몽드’와 ‘벨라’일 뿐이다. 새 조직원을 맞이하기 위한 면접에는 전 직원이 참여한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