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SK이노의 국익 훼손 비난은 어불성설"

'배터리 전쟁' 점입가경

LG, SK의 美 제소에 맞불
"기술 보호 위한 정당한 소송
본질 호도하는 여론전 멈춰야
사과하면 진지하게 대화할 것"
전기차 배터리를 둘러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양측이 맞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대해 “본질을 호도하는 여론전을 멈추고 소송에서 시시비비를 명확하게 가리자”며 재반격에 나섰다.

LG화학은 3일 소송의 구체적 배경과 정황 등을 담은 입장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30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에 LG화학, LG전자를 제소한 데 대한 공식 대응이다. LG화학은 지난 4월 SK이노베이션이 2년간 100명에 가까운 핵심 인력을 빼가면서 기술을 유출했다며 미국 ITC 등에 제소했다.

LG화학은 이날 입장문에서 “경쟁사(SK이노베이션)가 채용 과정에서 경력직 공개채용 방식을 이용했으나 실질적으로는 헤드헌터와 전직자들을 통해 특정 분야 인원을 지목한 뒤 입사 지원을 권유했다”며 “면접에서도 지원자가 습득한 당사의 기술 및 노하우를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질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입사 지원자들은 LG화학의 핵심 공정기술을 지원서류에 기재하고,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수백 건의 핵심 기술 관련 문서도 열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LG화학은 소송의 본질을 심하게 훼손하는 여론 호도 행위도 멈춰줄 것을 촉구했다. LG화학은 “핵심기술과 영업비밀 보호를 위해 제기한 정당한 소송을 ‘국익 훼손’이라고 비난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기술 유출 우려 등 경쟁사의 근거 없는 주장은 국제 사법기관의 신뢰성과 LG화학의 의도를 고의로 폄하하는 것”이라고 했다.LG화학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면서도 대화의 여지는 남겨뒀다. LG화학은 “경쟁사가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동시에 이에 따른 손해배상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의사가 있다면 대화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 간 소송전이 장기화하면 한국 배터리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어느 한 회사가 소송에서 지면 주요 배터리 시장 중 한 곳인 미국 시장의 판로가 사실상 막힌다. 이들 회사에 주요 소재 등을 납품해온 중소기업은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와 청와대가 양사의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