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인격파탄자' 표현은 모욕"…국민참여재판서 유죄

배심원단 만장일치 평결…'그림자 배심원'도 재판 체험
3일 수원지방법원에서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진행됐다. 이날 형사 11부(이창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쟁점은 피고인이 작성한 인터넷 댓글이 '모욕에 해당하는 표현인지', '모욕에 해당한다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지' 등이었다.

모욕죄에서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가치판단이나 경멸적 감정 표현을 의미한다.

피고인은 2017년 10월 16일과 17일 인터넷 네이버 밴드 2곳에 글을 올려 전 의왕시장을 향해 '인간의 탈을 쓰고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천인공노할 파렴치', '간접 살인을 저지른 살인마', '인격파탄자'라는 등의 표현을 적어 피해자를 모욕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증거조사에서 '살인마' 또는 '성격파탄자' 등 표현을 사용한 다른 피고인들에게 유죄가 선고됐던 판례를 배심원단에게 설명했다.

더불어 '비판 대상이 공적 인물이라 하더라도 모멸적인 표현으로 인신공격을 가하는 경우에는 정당행위가 성립될 수 없다'는 대법원판결을 예로 들어 피고인의 혐의가 유죄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피고인의 변호인은 "인격파탄자 등의 표현을 쓴 이유는 고소인인 전 의왕시장이 모 언론사 측에 '피고인이 자신과 애인 사이라는 소문을 내고 다닌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에 대한 억울함에 반박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성적 수치심을 느낀 피고인이 범죄 피해자로서 범죄 가해자를 비난하며 사용한 표현이라는 점을 고려해달라"며 "모욕의 고의는 없었으며, 모욕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일반인 상식에서 이해될 수 있는 표현으로 위법성이 없다"고 무죄를 강조했다.

피고인 신문을 마친 검사는 정식 배심원단에게 피고인에게 유죄를 평결해달라고 요청하고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다.

배심원들은 오후 5시께 법원 내 평의실로 자리를 옮겨 피고인의 유무죄를 가리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배심원들은 유무죄에 대한 만장일치 평결이 내려지면 평결서를 작성하고 양형을 토의한다.

만약 만장일치가 나오지 않으면 재판부의 의견을 청취하고 다수결로 평결을 내린다.

이날 법정에서는 정식 배심원 7명 외에 시민과 출입기자단이 '그림자 배심원'으로 참여해 재판을 지켜봤다.

그림자 배심원은 국민참여재판 배심원과 별도로 모든 재판 과정을 지켜본 뒤 실제 배심원과 똑같이 평의와 평결 절차를 거쳐 결론을 내는 모의 배심원제도다.

무작위로 추첨이 되는 정식 배심원과는 달리 신청을 받아 꾸려진다.

이들의 결론은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유·무죄나 양형에 관한 모의 평결을 체험하고 재판제도 개선을 위한 의견도 낸다.

그림자 배심원들도 정식 배심원단과 마찬가지로 같은 시각 다른 공간으로 자리를 옮겨 평의에 참여했다.

그림자 배심원으로 참여한 이혜민씨는 "살인마, 인격파탄자 등 표현이 모욕에 해당한다고 본다"며 "피고인이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하는데 필요한 단어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유죄로 평결했다.

재판부는 이후 이어진 재판에서 피고인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각 증거를 종합하면 피고인의 게시글 내용과 의미, 전체적인 맥락, 취지, 구체적인 표현 방법, 모욕적 표현 부분이 그 당시 전후 상황, 피해자의 지위 등에 비춰봤을 때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배심원단도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내렸다. 양형은 배심원 7명 중 6명은 벌금 100만원, 1명은 벌금 30만원 의견을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