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가족 뺀 청문회' 전격 수용…한국당 내부선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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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한국당 '조국 청문회' 6일 개최 합의지난 2~3일 이틀간 개최될 예정이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오는 6일 단 하루 동안 열린다. 협상 초반 증인 87명을 요구했던 자유한국당은 증인 없는 인사청문회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가족 증인 채택 불가’와 ‘일일 인사청문회’ 원칙이 다 지켜졌다”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한국당 내부에선 “알맹이 없는 청문회로 임명 절차만 합법화시켜 줬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나경원 "국회 책무 다하겠다"
나경원, 조건 없는 청문회 왜 받았나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4일 비공개 여야 원내대표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 책무를 이행하는 것이 맞다는 판단에 오는 6일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이던 조 후보자의 가족은 증인으로 부르지 않기로 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가족은 부르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다”며 “모든 증인을 부를 수 있는 법적 시한이 지나 증인 없는 청문회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만을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한다고 해도 모든 진실을 상당히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증인 부분에 대해 통 크게 양보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조국 게이트 조사를 위한 특검과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나 원내대표가 돌연 태도를 바꾼 이유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야권에서는 “나 원내대표가 정략적으로 청문회를 이용하다 결국 임명 강행의 명분만 줬다”는 비판을 의식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연 뒤 ‘가족 증인 채택 불가’ 방침을 고수해왔다. 기자간담회 후 흔들리는 지지층이 결집했고, 부정적인 여론도 일부 돌아섰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청문회를 열지 않고 임명을 강행할 태세였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조 후보자 기자간담회로 각종 의혹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한국당이 인사청문회를 정략적으로 접근하다 청문회를 놓쳤다가 오히려 여론 반전의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이런 상황에서 나 원내대표가 쥔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협상 과정에서의 전략 실패를 인정하고 청문회를 열지 않거나, 조건 없는 청문회를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한국당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과 회의를 열어 ‘청문회를 열자’고 중론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조 후보자의 ‘셀프 청문회’ 이후 임명 찬성 여론이 높아지면서 나 원내대표가 적잖은 압박감을 느꼈다”며 “청문회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내부에선 곧바로 불만이 터져나왔다. 장제원 의원은 “맹탕에 맹탕을 더한 ‘허망한 청문회’를 해서 임명 강행에 면죄부만 주는 제1야당이 어디 있느냐”며 “그들의 ‘쇼’에 왜 판을 깔아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청문회에서 조 후보자가 사실상 검찰 수사 대상인 ‘피의자 신분’이라는 점을 강조해 부적격자임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한국당, 청문회에서 반전 계기 만들까일각에선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한국당이 공세를 펼 만한 ‘재료’가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청문회 때 조 후보자를 낙마시킬 추가 의혹을 집중 추궁할 수 있다는 나름의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조 후보자의 딸이 부인 정경심 교수가 재직 중인 동양대에서 총장 표창장을 받았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2~3일 청문회를 열었다면) 일찌감치 조 후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밖에 안 됐을 것”이라며 “지도부 전략의 승리”라고 자평했다.
민주당은 6일 청문회까지 ‘조국 사수’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해찬 대표는 “여론조사를 보니 기자간담회를 본 분들은 태도가 많이 바뀐 듯하다”며 “당은 최대한 (6일까지) 조 후보자를 잘 지켜나가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수도권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이번 인사청문회가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당이 일치된 목소리로 조 후보자를 살리는 데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6일까지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한 것은 결국 조국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임명 강행 움직임은 한마디로 스스로 정권의 명줄을 끊는 행위”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청문회 개최 합의 직후 “인사청문회에서 (그간 제기된 의혹 등에 대해) 소상히 밝히겠다”며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우섭/하헌형/김소현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