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 레소토, 의료용 대마초 합법화로 수익 증대 꾀해

"최빈국 중 하나인 레소토의 세 번째 국가수입원"

폭이 넓은 흰색 비닐하우스들이 주위의 아름다운 지형에 모습을 가린 채 남부 아프리카 레소토의 고원에 자리 잡고 있다. 18개의 플라스틱 덮개가 씌워진 채 비닐하우스 안에서 자라는 것은 과일이나 채소가 아닌 대마초다.

레소토에 본부를 둔 기업 메디그로우(Medigrow)는 정부의 규제하에 대마초를 합법적으로 재배하고 있다.
Medigrow의 생산 책임자인 앨버트 테론은 잘 자란 대마초를 자랑스럽게 바라보며 "경작지 1열에 1천200개씩 총 3천600개의 대마초 줄기가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구 210만명의 내륙국가인 레소토는 지난 2017년 아프리카 대륙 최초로 의료용 대마초 재배를 합법화했다.

Medigrow는 법적 요건을 맞추기 위해 대마초를 구성하는 주요 환각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을 씨앗에서 제거했다.

이렇게 생산된 마리화나는 정신작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의약 성분인 칸나비디올(CBD)만 남게 되고 THC는 극소량인 0.03% 수준에 머문다. Medigrow는 레소토 수도 마세루 주위에 있는 다수의 재배지에 이 '그린골드'로 불리는 식물을 재배하기 위해 1천930만 달러(약 233억원)를 투자했다.

현재 안전하고 신속한 수송을 위해 생산 현장에 헬리콥터 이착륙장을 건설 중이라고 이 회사 운영책임자인 렐레보힐레 리포토가 밝혔다.

영국 바클레이 은행은 전 세계 의료용 대마초 시장이 현재 1천500억 달러(약 181조원) 규모이며 2028년까지 2천720억 달러(약 32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리포토는 "우리는 여기서 1천 리터 이상의 CBD 오일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시장 상황에 따르면, 우리는 대마초 오일을 리터당 6천 달러(약 720만원) ~ 2만1천 달러(약 2천500만원)에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늘의 왕국'으로 알려진 레소토는 국토 전체가 해발 1천400m 이상의 고지대에 위치하며 일조량이 300일에 이르러 대마초 재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마타비셍 폴렐리 레소토 보건부 차관은 마리화나의 합법화는 "국가에 엄청난 기회"라며 그로 인해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레소토에서 10여개의 관련 기업이 운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남아공에 완전히 둘러싸인 레소토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최근 유엔 인간개발지수에서 세계 189개국 중 159위에 올랐다.

레소토는 실업률이 높고 공공서비스가 열악하며 인구의 거의 25%가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자로 알려졌다.

레소토 정부는 연간 재배 허가증 발급에 3만 유로(약 3천990만원)의 비용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주로 캐나다와 미국 등 외국 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정부가 소규모 농가에 대마초를 합법적으로 생산할 기회를 줄 것을 원하고 있다.

레소토에서는 오래전부터 시골 지역을 중심으로 대마초가 소규모로 불법 재배된 것으로 알려진다.

유럽 마약감시센터(EMC DDA)의 연구원인 로랑 라니엘은 레소토에서 대마초 재배의 역사는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오늘날까지 대마초는 이 나라 소규모 농가들의 주요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농부인 샤샤는 레소토 중부지역에서 옥수수를 키우며 지난 20여년간 대마초를 불법으로 재배했다.

샤샤는 "옥수수는 가족을 먹이는 식량이며 대마초는 보너스"라며 "대마초 생산으로 생계를 잇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다"라고 했다.

샤샤는 딜러에게 대마초를 넘기고 이들 딜러 중 한 명인 자마는 80kg의 대마초를 매달 국경 너머 남아공으로 밀반입해 400유로(약 53만원)~500유로를 벌어들인다.

유엔마약범죄국은 남아공에서 소비되는 마리화나의 70%는 레소토에서 재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마초는 레소토 국가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세 번째로 높다.
airtech-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