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가르드 "유로존, 완화적인 통화정책 장기간 유지해야"

차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내정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장기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가르드 총재는 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경제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약한 성장세와 낮은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할 때 매우 완화적인 정책이 장기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유럽의회의 서면질의에도 “가까운 장래에 통화 정책을 매우 완화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ECB는 취할 수 있는 광범위한 수단을 갖고 있고, 행동에 옮길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라가르드가 마리오 드라기 현 ECB 총재의 확장적인 통화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 8년간 ECB 총재로 일하면서 디플레이션 위협을 막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양적 완화를 통해 수십억유로의 돈을 풀었다. 하지만 유로존의 경제 전망은 다시 어두워지고 있고, 특히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은 불황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가르드는 오는 10월 말 임기를 마치는 드라기 총재에 이어 유로존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ECB를 지휘하게 될 예정이다.

ECB 총재는 유로존 각국 정부가 결정하는 자리다. 인사청문회는 하지만 유럽의회가 취임을 막을 수 없다. 라가르드는 오는 12일 IMF 총재직을 내려놓은 뒤 유럽의회 동의 절차를 밟아 ECB 총재로 선출될 예정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