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티스 "미군 주둔·외교가 韓민주화 수호…동맹 없으면 죽는다"

회고록 '콜사인 카오스' 출간…트럼프 겨냥해 "동맹 있는 나라 번창" 강조
트럼프 직격·관련 일화는 언급 안 해…"말하는 게 옳은 때 있을 것" 공언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장관은 3일(현지시간) 발간된 자신의 회고록에서 한국 등의 예를 들며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미군 국외 주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방침에 반발해 물러난 매티스 전 장관은 당시 사임 서한에서도 동맹을 존중하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선을 비판한 바 있다.

매티스 전 장관은 이날 '콜사인 카오스'(CALL SIGN CHAOS)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한국의 사례가 교훈적"이라면서 "1953년 휴전 이후 우리는 그곳에 계속 수만 명의 미군 병력을 유지했다.

우리의 대규모 병력 주둔과 꾸준한 외교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가 독재국에서 활발한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하는 것을 지켜줬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하지만 (한국의 민주화에는) 40년이 걸렸다"면서 "우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그 나라가 번영하는 민주주의국으로 변모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시간을 쏟아붓기를 꺼렸다"고 지적했다.

한국을 예로 들어 미국이 아프간에 덜 '투자'하고 있음을 비판한 셈이다.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매티스 전 장관은 "우리가 항해하고 정박하는 곳마다, 우리가 외국에서 한 모든 훈련에서 나는 동맹의 엄청난 가치를 접했다"며 "한국의 해병대는 나의 조언자 역할을 했고 꽁꽁 얼어붙은 산악에서 그들의 터프함을 증명했다"고 칭찬했다.회고록에는 과거 한국전쟁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을 우수 사례로 소개하는 대목도 여러 번 나온다.

매티스 전 장관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맥아더 장군은 워싱턴의 조언을 무시하고 해병대에 북한 육군의 뒤로 상륙하라고 명령해 적이 점령하던 한국의 수도 서울을 탈환했다"며 "맥아더의 비범함은 연합군 사상자를 크게 줄이는 결과를 낳았다"고 적었다.

이후 다른 챕터에서도 "맥아더 장군이 적진 깊숙한 곳에 합동 상륙작전을 명령한 것이 한국전쟁을 사실상 하룻밤 사이에 반전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지난 2003년 가을 미 캘리포니아 해병대 기지로 복귀해 부대를 재정비할 당시 "이라크전이 끝났다고 생각했다"면서 "난 북한에 초점을 맞췄다.

난 항상 상대로 훈련할 가장 어려운 적을 선택한다"고 전했다.

이번 저서에서 매티스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격하지는 않았지만 동맹의 가치를 부각하는 데 공을 들이며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회고록에는 "동맹이 있는 나라는 번창하고 동맹이 없는 나라는 죽는다", "동맹이 있는 나라는 번창하고 동맹이 없는 나라는 쇠퇴한다" 등 비슷한 구절이 반복해서 나온다.

매티스 전 장관은 "좋든 싫든 우리는 세계의 일부이며, 동맹들의 이익만큼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도 동맹들을 필요로 한다"며 "나는 이 일(국방장관직)을 시작할 때보다 동맹 관계를 더 좋은 상태로 끌어올리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병대에는 '총싸움을 할 때 총을 가진 모든 친구를 데려가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여러 번 연합군으로 싸우면서 전투에 데려나갈 수 있는 모든 동맹이 필요하다고 믿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맹들과 싸우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딱 한 가지다.

그것은 바로 동맹 없이 싸우는 것"이라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격언을 소개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미국 혼자서는 우리 국민과 경제에 보호를 제공할 수 없다"며 "나의 구체적인 해법과 전략적 조언, 특히 동맹들과 신의를 지키는 일이 더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내가 물러날 시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회고록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내밀한 정책 결정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일화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매티스 전 장관의 날카로운 평가가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돼 출간 전부터 이목을 끌었으나 그런 대목은 거의 없었다.

매티스 전 장관은 이날 회고록 출간에 맞춰 연달아 한 인터뷰 및 대담에서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 의견 표명을 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전략과 정책에 대해 말하는 것이 옳은 때가 있을 것이며 (때가 오면) 내가 알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미 대선 전이 될 것이냐는 질문에는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으며 여지를 남겼다.

그는 이날 미 외교협회(CFR) 대담 행사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책 출간 계약은 2013년 한 것이고 뜻밖에 국방장관을 맡게 돼 출간이 늦어진 것이며 애초에 국방장관 재임 시절에 대해 책을 쓸 의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긴장으로 팽팽한 관계가 아니었다며 "대통령은 솔직한 사람이고 나도 그렇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비난을 삼갔다.

매티스 전 장관은 전날 PBS방송 인터뷰에서도 "어느 쪽으로도 정치적 평가는 하지 않겠다"면서 때가 되면 말할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번 회고록 제목인 '콜사인 카오스'는 과거 해병대 제1원정여단 제7연대장 시절 매티스의 무선호출부호(콜사인)가 'CHAOS'였다는 데서 비롯된 그의 별명 중 하나다.'CHAOS'란 '뛰어난 해법을 가진 대령'(Colonel Has An Outstanding Solution)의 머리글자들을 딴 약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