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전에 약했던 한국…나이지리아전에선 체력문제 극복할까

신장 열세로 수비서 체력 소모 더 커…후반 경기력 저조
나이지리아도 '뒷심 부족' 노출…라건아·이승현 피로는 걱정
2019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남자 농구 대표팀은 후반 경기력이 약했다. 아르헨티나와 1차전에서 한국은 1쿼터 초반까지는 상대를 잘 추격했지만, 후반 시작 이후 급격하게 점수 차가 벌어져 69-95의 대패를 당했다.

러시아와 2차전에서도 2쿼터까지는 37-40으로 접전 승부를 연출했지만, 3쿼터 들어 수비가 무너지며 패배를 떠안았다.

원인은 체력 저하였다. 전반까지 끈질긴 수비로 상대 득점을 억제하던 선수들은 후반에는 그만큼의 에너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번번이 승부처에서 흐름을 빼앗겼던 것도 한 걸음씩 더 뛰는 힘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신장과 체격에서 상대에게 밀리는 한국 선수들은 경기 내내 배로 힘을 썼다.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더 많은 힘을 짜내야 했고 리바운드 경합에서 이기기 위해 더 철저한 박스아웃과 높은 점프가 필요했다.

후반 들어 상대보다 체력이 더 빨리 떨어졌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나이지리아 역시 만만치 않은 높이를 지닌 팀이다. 12명의 선수 가운데 7명이 2m 이상이다.

주전 포워드 치메지 메투의 키는 211㎝에 달한다.

한국의 주전 센터 라건아는 메투보다 10㎝ 이상 작다.

높이뿐 아니라 개인기도 뛰어나다.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준비한 패턴에 따른 공격을 펼쳤던 아르헨티나, 러시아와 달리 나이지리아는 개인 능력에 의존한 공격을 즐긴다.

움직임 예측이 힘들고 활동 범위도 훨씬 넓기 때문에 수비수로서는 더 많은 체력을 쏟게 된다.

김상식 감독 역시 "나이지리아전은 체력전이 될 공산이 크다"며 "개인기가 주 무기인 만큼 수비수들이 더 많이 뛰어줘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에는 이대성, 박찬희 등 대인 수비가 좋은 선수가 많다.

문제는 일부 선수에게 누적된 피로다.

주득점원인 라건아는 지난 2경기에서 평균 34.5분을 소화했다.

상대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도 경기 내내 코트를 비우지 않았다.

이승현 역시 부상으로 오래 뛰지 못하는 김종규의 자리를 메우며 매 경기 30분 이상 출전했다.

러시아전에서는 37분 동안이나 코트에 머물렀다.

두 선수는 체력에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격일로 빡빡하게 진행되는 월드컵 일정에서 부담이 없을 수는 없다.

골 밑 수비의 핵심인 두 선수가 끝까지 뛰어주지 못한다면 한국의 승리도 멀어진다.
희망적인 부분은 나이지리아 역시 후반 경기력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러시아와 대결에서 3쿼터까지 58-58로 팽팽히 맞섰던 나이지리아는 4쿼터 들어 공격에서 실책을 쏟아내며 '뒷심 부족' 문제를 노출했다.

아르헨티나전에서도 전반까지는 43-43으로 접전을 펼쳤지만, 후반 시작 후 급격히 격차가 벌어졌다.

나이지리아 선수들 역시 나흘 동안 2경기를 치르며 피로가 쌓였다.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전술에서는 선수의 컨디션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결국 핵심은 체력이다. 둘 중 어느 팀이 경기 휘슬이 울리는 순간까지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는지가 경기의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