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출길 막힌 中 소비재, 韓 석유화학에 '불똥' 우려

8월 석유화학 수출 19% 감소…"중국산 15% 관세, 업계 전반에 영향"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장기화가 글로벌 경기 악화로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특히 미국이 이달 중국산 의류 등 일부 품목에 15%의 관세를 매기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도 수요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 규모는 35억3천만달러(약 4조3천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19% 이상 급감했다.
앞서 석유화학 수출 규모는 작년 11월 1년 만에 처음 40억달러(약 4조8천억원)를 밑돈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작년 12월부터는 9개월째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실적을 이어오고 있다.산업부는 유가 하락에 따른 제품 단가 하락, 미·중 무역 분쟁과 홍콩 시위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을 원인으로 들었다.

국가별 수출 비중을 보면 지난달 기준 석유화학 제품의 대(對) 중국 수출 규모는 11억1천만달러(약 1조3천억원)로 전체의 31%에 달한다.

특히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틸렌의 수출량 가운데 80∼90%가 중국으로 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주요 제품인 합성섬유, 합성고무 등 대부분이 소비재 생산에 사용된다"면서 "중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미국의 중국산 소비재 대상 관세 확대에 대한 석유화학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1일부터 총 1천120억달러(약 135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의류, 신발, 필기구, 기저귀, 텔레비전, 골프채, 낚싯줄, 완구 등이 대상이다.
통상 11∼12월 미국 추수감사절과 성탄절을 앞둔 기간에는 중국 공장이 가동률을 높이며 소비재 생산량이 늘어나는데, 이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KTB투자증권 이희철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중국간) 관세 전쟁 등으로 수요 불확실성은 당분간 해소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메리츠종금증권 노우호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19∼2020년 석유화학 수요에 대한 눈높이는 이미 낮아졌다"면서 "견조한 중국 경기 속에 9월 재고 확충 수요 발생에 따른 점진적 업황 회복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추석 '중추절'을 앞두고 내수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석유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도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중국 외에 동남아 등에 대한 수출 비중을 높여가며 지역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며 "하반기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