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에도 불황의 그늘이…교황 "재정적자 줄이라"

교황청이 살림살이가 빠듯해져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관리들에게 재정적자를 줄이고 교황청 운영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지출과 투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이 같은 조치는 교황청의 작년 재정적자가 7천만 유로(약 931억원)까지 2배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교황청이 한 해 예산은 3억 유로(약 4천억원) 정도다.

바티칸 관리들은 비효율적인 자금 관리, 투자수익 감소 때문에 재정적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5월 서한에서 "교황청의 경제적 미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모든 대책을 연구하고 반드시 가능한 한 빨리 대책을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교황청 재정이 악화하면 외교와 같은 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에서 교황의 선교가 위축되고 가톨릭 유적 보존과 교황청 직원들의 연금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일부 바티칸 관리들은 교황청이 수입과 지출 관리에 느슨한 면이 있었다고 지적한다.군더더기 사업, 낭비성 물품조달, 값비싼 차량 운용으로 비용이 늘었지만 로마 주변의 부동산은 관리되지 않거나 임대료가 징수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부실 관리에는 재정 책임자의 공백도 한몫했다.

교황청 재무원장인 조지 펠 추기경이 아동 성학대 혐의를 받아 수사와 재판으로 위해 모국 호주로 떠난 뒤 그 자리는 2년 넘게 공석이었다.재정적자 확대에는 수입이 줄어들지만 지출이 고정되는 장기 추세도 빠뜨릴 수 없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교황청 예산에서는 고정지출인 직원 급여가 예산 3억 유로의 45%를 차지한다.

그 때문에 문지기와 안내원과 같은 단순 인력을 자동화 장비를 도입해 감축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실업을 사회악으로 비판해온 만큼 감원은 결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교황청은 이탈리아 내에 있는 교황의 영토인 바티칸 시국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매년 적자를 메우고 있다.

바티칸 시국의 세수는 연간 4천만 유로(약 432억원)를 벌어들이는 바티칸 박물관에서 나온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7년 담배 판매를 금지하면서 박물관의 연간 이익은 수백만 유로 줄었다.

바티칸 은행도 연간 5천만 유로(약 665억원) 정도를 교황청에 지원하다가 2015년부터는 이익만 전달하고 있다.작년에 전달한 금액은 1천750만 유로(약 233억원)까지 줄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