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ODA예산 59억원, 세계선거기관협의회 운영경비로 쓰여"

감사원 '선관위 ODA 사업실태' 감사결과
선관위, 세계선거기관협의회 업무범위 외 사업에도 보조금 70억원 지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예산이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의 운영경비로 쓰이는 등 부적절하게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감사원의 '중앙선관위 ODA 사업추진 및 관리·감독 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6∼2018년 세계선거기관협의회 사무실 임대료 등 운영경비 59억원이 관계 법령 취지와 다르게 중앙선관위의 ODA 사업 예산에서 집행됐다.

중앙선관위의 감독을 받는 비영리 국제기구인 세계선거기관협의회는 2013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설립됐으며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선거 시스템 개선을 지원하는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ODA 사업을 ▲ 직접 수행하거나 ▲ 세계선거기관협의회에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의 계약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또한 협의회의 업무 범위로 보기 어려운 9개 사업을 보조사업자 공모 등의 절차 없이 협의회 사업으로 지정, 2016∼2018년 보조금 70억원을 지급했다.

이와 함께 협의회는 대상국의 정치환경 등을 사전에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협의회는 외교부가 '부적합' 의견을 내놓았는데도 해당 사업을 그대로 진행하다 사업 내용을 뒤늦게 변경하거나, 계약 관계 법령·절차를 준수하지 않아 특혜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일례로 '엘살바도르 선거 ICT(정보통신기술) 사업'의 경우 외교부로부터 '광학판독개표기가 부정선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사유로 부적합 의견을 받았는데도 사업을 그대로 추진했다.

그러다 엘살바도르 선거법상 전자선거가 금지돼 광학판독개표기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개표결과전송 단말기 공급사업으로 변경했다.

앞서 협의회는 특정 업체의 제품을 미리 시연하고 대상국 개선 요구 사항을 반영한 뒤에 입찰 절차를 진행해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논란도 제기된 바 있다. 계약관계 법령에 따르면 먼저 입찰을 하고 선정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후 제품 개발·시연, 대상국 개선 요구 사항 반영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감사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게 "세계선거기관협의회를 통한 ODA 사업은 법률에 명시된 업무 위주로 보조하고, 나머지 ODA 사업은 코이카에 출연·위탁하거나 공모를 통해 보조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한편 협의회는 2013년 10월 설립 이후 올해 4월 현재까지 '세계선거기관협의회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법인 허가 절차 및 설립등기를 받지 않은 채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감사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게 협의회로 하여금 관련 절차를 이행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