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차기 수장 라가르드 "완화적 정책 유지 필요"(종합)

마이너스 금리 등 ECB 정책 변호…유로존 국가 재정지출 필요성 언급
차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내정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4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AP 통신 등이 전했다. 라가르드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경제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약한 성장세와 낮은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할 때 매우 완화적인 정책이 장기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계속되는 ECB는 현재의 비전통적 정책의 부작용도 유념해야 하며 좀 더 폭넓은 정책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러한 정책 검토 과정에서 기후변화와 같은 세계적 과제들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ECB의 주요 역할은 가격 안정이지만, 기후변화 위험과 환경 보호 문제도 핵심적인 임무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라가르드는 이날 마이너스 금리, 채권 매입 등 독일 등에서 비판을 받는 ECB의 정책에 대해 변호하기도 했다.

그는 이는 2013년 이래 1천1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됐고, 금융 위기를 완화했다고 주장하면서 이 같은 조치가 없었다면 위기는 훨씬 심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예산 적자 규모를 제한하고 있는 유로존 규정을 위반하지 않고 가능하다면 유로존 국가들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조치에 더 지출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AP는 전했다. 그는 여지가 많지는 않지만 재정정책 면에서는 지출을 통해 경제를 부양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라가르드는 유럽의회의 서면질의에 "가까운 장래에 통화정책을 매우 완화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ECB는 취할 수 있는 광범위한 수단(tool kit)을 갖고 있고, 행동에 옮길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라가르드가 마리오 드라기 현 ECB 총재의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 8년간 ECB 총재로 일하면서 디플레이션 위협을 막고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양적 완화를 통해 수십억 유로의 돈을 풀었다.

하지만 유로존의 경제 전망은 다시 암울해지고 있고, 특히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은 불황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분석가들은 ECB가 오는 12일 회의에서 새로운 경기부양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으나 라가르드는 이와 관련, 아직 취임 전이기 때문에 해당 회의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라가르드는 오는 10월 말 임기를 마치는 드라기 총재에 이어 유로존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ECB를 지휘하게 된다.

ECB 총재는 유로존 각국 정부가 결정하는 자리로, 인사청문회는 하지만 유럽의회가 취임을 막을 수는 없다.

라가르드는 유럽의회의 동의 절차를 밟아 오는 10월 ECB 총재로 공식 선출될 예정이다. 라가르드는 오는 9월 12일 IMF 총재직을 내려놓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