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하원 브렉시트 연기 법안 가결…'노 딜' 위험 사라졌나

상원 통과·여왕 재가 거쳐야 효력…하원 정회 전 절차 마쳐야
야당 동의하면 조기 총선 가능성 여전…시기 놓고 야당 내에서도 분열
영국 하원이 4일(현지시간) 브렉시트(Brexit) 3개월 추가 연기를 뼈대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오는 10월 31일 '노 딜'(no deal) 브렉시트가 벌어질 가능성은 한층 낮아졌다.브렉시트 지지론자를 등에 업고 총리직에 오른 존슨 총리로서는 취임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닌 데다 조기 총선 개최, 유럽연합(EU)과의 협상 등 변수가 산적한 만큼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 '노 딜' 가능성 작아졌지만 여전히 남아 있어
이번 법안 통과로 존슨 총리는 향후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노 딜'도 불사한다는 그동안의 강경 전략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그러나 '노 딜'이 여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날 하원을 통과한 유럽연합(탈퇴)법은 EU 정상회의 다음날인 오는 10월 19일까지 정부가 EU와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하거나,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의회 승인을 얻도록 했다.

만약 둘 다 실패할 경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EU 집행위원회에 브렉시트를 2020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도록 했다.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다시 상원이라는 고비를 넘겨야 한다.

문제는 상원에서 법안 처리 지연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EU 탈퇴를 지지하는 보수당 상원의원들은 현재 상원에서 의사일정과 관련해 100여개가 넘는 수정안을 제출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하원과 달리 상원 긴급토론에는 시간 제한이 없는 만큼 추후 법안 토론과정에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도 가능하다.

법안은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한 뒤 '여왕 재가'까지 받아야 효력을 발휘한다.
문제는 다음 주부터 5주가량 의회 정회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이때까지 관련 입법절차를 마치지 못하면 유럽연합(탈퇴)법은 자동 폐기된다.

만약 야당이 이를 다시 추진하려면 오는 10월 14일 '여왕 연설' 이후 새 회기가 시작돼야만 가능하다.

◇ 야당 동의할 경우 조기 총선 가능성은 남아 있어
존슨 총리는 하원의 유럽연합(탈퇴)법 통과 직후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 개최라는 승부수를 걸었다.

영국 '고정임기 의회법'(Fixed-term Parliaments Act 2011)에 따르면 조기 총선이 열리기 위해서는 하원 전체 의석(650석)의 3분의 2 이상, 즉 434명의 의원이 존슨 총리가 내놓은 조기 총선 동의안에 찬성해야 한다.

존슨 총리의 동의안은 그러나 298표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쳐 부결됐다.

오는 10월 15일 조기 총선을 개최, 하원 내 과반을 확보한 뒤 10월 17일 EU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합의를 추진한다는 존슨 총리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존슨 총리는 이날 부결 직후 다시 조기 총선 동의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변수는 노동당을 비롯한 야당의 입장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조 스위슨 자유민주당 대표 등은 그동안 조기 총선 개최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다만 '노 딜' 브렉시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하원을 통과한 유럽연합(탈퇴)법이 '여왕 재가'까지 완료한 뒤에 조기 총선 개최에 응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조기 총선 시점이다.

코빈 대표의 경우 일단 유럽연합(탈퇴)법이 효력을 갖게 되면 '노 딜' 위험이 현저하게 주는 만큼 존슨 총리가 제안한 10월 15일 조기 총선 개최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당 내 일부에서는 10월 31일 예정된 브렉시트가 확실히 연기된 후인 11월에 총선을 개최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판단이다.

섣불리 브렉시트 전 총선을 개최했다가 존슨 총리에게 과반 의석을 선물할 경우에는 오히려 '노 딜' 브렉시트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존슨 총리의 조기 총선 동의안 재 발의 여부, 총선 개최 시기에 관한 노동당 내 의견 일치 여부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총선이 개최될지, 언제 열릴지 등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