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산지 르포] 지평선이 보이는 김제평야…"얼씨구~ 풍년일세"
입력
수정
2만560만㏊ 들녘에 황금 물결 …공급과잉에 쌀값 하락 우려도
늦태풍 '링링' 북상이 막판 복병, "제발 탈 없이 지나갔으면" "농사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해요. 올해는 고맙게도 태풍이 비껴가서 풍년이 될 것 같아요.
"
추석을 열흘 앞둔 지난 3일 오후 전북 김제시 백구면 부용리의 논에서 만난 이상수(55)씨는 손으로 잘 익은 벼를 매만지며 환하게 웃었다.
봄부터 가을까지 비와 바람, 햇살을 한몸에 받은 벼는 금방이라도 고개를 숙일 듯 쉼 없이 출렁였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짙푸른 여름빛을 뽐내던 벼 이삭은 어느새 통통한 황금빛 알맹이 덩어리가 됐다.
이번 주부터 내린 빗방울은 벼잎에 알알이 맺혀 탐스러운 이삭을 더 돋보이게 했다.
벼가 자란 검붉은 흙은 수분을 가득 머금어 한눈에 보기에도 윤기가 흘렀다. 이씨의 논이 있는 김제는 예로부터 땅이 기름지고 물이 맑아 국내 쌀 생산지로 이름난 곳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논 면적은 2만560㏊로 전남 해남의 2만988㏊에 조금 못 미치는 전국 2위다.
끝없이 펼쳐진 평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땅과 하늘이 맞닿은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고장으로 꼽힌다. 황금빛 들녘과 청명한 하늘이 경계를 이루는 김제의 지평선은 감동 그 자체라는 평도 나온다. 쌀 생산량도 월등하다.
지난해 김제의 쌀 생산량은 10만872t으로 전국 생산량 386만8천t의 2.6%를 차지했다.
삼국시대 최대의 고대 저수지로 꼽히는 벽골제(碧骨堤)도 김제에 있다.
이씨는 축복받은 땅에서 햇수로 15년째 벼농사를 짓고 있다.
백구면뿐 아니라 인접한 공덕면, 만경읍, 익산 함열읍까지 곳곳에 논이 펼쳐져 있다.
일반적인 벼 품종은 물론이고 유색 미로 구분되는 녹찰과 흑찰 등도 이곳에서 재배한다.
올해는 추석이 이른 편이어서 아직 수확하지 않았지만, 늦어도 이달 중순부터는 한해의 결실을 거둘 예정이라고 이씨는 말했다.
햅쌀 수확의 설렘에 마냥 들뜰 시기지만, 이씨를 비롯한 농민들은 걱정거리도 있다고 입을 열었다.
올해 농가 작황이 대체로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쌀값 안정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수확기에는 80㎏ 기준 쌀값은 평균 19만3천원 선이었지만, 이후 공급과잉과 소비감소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가 뚜렷해 현재는 18만원 후반대로 내려왔다.
쌀의 과잉생산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수확기를 맞은 농가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쌀값 책정과 정부의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북상 중인 제13호 태풍 '링링'도 또 다른 걱정거리다.
추석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반갑지 않은 태풍 예보에 농민들의 근심은 커진다.
태풍이 몰고 온 강한 비와 바람에 애써 키운 벼가 쓰러지거나 논이 물에 잠기기라도 하면 한해 농사를 망칠까 하는 두려움이 든다.
지난해도 장마와 함께 찾아온 태풍 '쁘라삐룬'의 영향으로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김제와 인접한 정읍, 부안 등의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가 있었다.
올해 김제를 비롯한 전북의 농가는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천재지변이 비껴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씨는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이번 태풍도 별다른 탈 없이 무사히 지나갔으면 하는 게 추석을 앞둔 농민들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제농협 관계자는 "올해는 풍수해나 병충해의 영향이 크지 않아서 대체로 작황이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농가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연말에 평년작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쪼록 북상 중인 이번 태풍에 농경지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농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북도와 김제시, 농어촌공사는 이번 태풍이 도내 전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농민들이 땀 흘려 가꾼 농작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취약시설 점검 등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김제시 관계자는 "태풍의 진로가 유동적이나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며 "농작물의 침수와 쓰러짐 등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배수로 정비와 시설물 관리 등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늦태풍 '링링' 북상이 막판 복병, "제발 탈 없이 지나갔으면" "농사는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해요. 올해는 고맙게도 태풍이 비껴가서 풍년이 될 것 같아요.
"
추석을 열흘 앞둔 지난 3일 오후 전북 김제시 백구면 부용리의 논에서 만난 이상수(55)씨는 손으로 잘 익은 벼를 매만지며 환하게 웃었다.
봄부터 가을까지 비와 바람, 햇살을 한몸에 받은 벼는 금방이라도 고개를 숙일 듯 쉼 없이 출렁였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짙푸른 여름빛을 뽐내던 벼 이삭은 어느새 통통한 황금빛 알맹이 덩어리가 됐다.
이번 주부터 내린 빗방울은 벼잎에 알알이 맺혀 탐스러운 이삭을 더 돋보이게 했다.
벼가 자란 검붉은 흙은 수분을 가득 머금어 한눈에 보기에도 윤기가 흘렀다. 이씨의 논이 있는 김제는 예로부터 땅이 기름지고 물이 맑아 국내 쌀 생산지로 이름난 곳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논 면적은 2만560㏊로 전남 해남의 2만988㏊에 조금 못 미치는 전국 2위다.
끝없이 펼쳐진 평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땅과 하늘이 맞닿은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고장으로 꼽힌다. 황금빛 들녘과 청명한 하늘이 경계를 이루는 김제의 지평선은 감동 그 자체라는 평도 나온다. 쌀 생산량도 월등하다.
지난해 김제의 쌀 생산량은 10만872t으로 전국 생산량 386만8천t의 2.6%를 차지했다.
삼국시대 최대의 고대 저수지로 꼽히는 벽골제(碧骨堤)도 김제에 있다.
이씨는 축복받은 땅에서 햇수로 15년째 벼농사를 짓고 있다.
백구면뿐 아니라 인접한 공덕면, 만경읍, 익산 함열읍까지 곳곳에 논이 펼쳐져 있다.
일반적인 벼 품종은 물론이고 유색 미로 구분되는 녹찰과 흑찰 등도 이곳에서 재배한다.
올해는 추석이 이른 편이어서 아직 수확하지 않았지만, 늦어도 이달 중순부터는 한해의 결실을 거둘 예정이라고 이씨는 말했다.
햅쌀 수확의 설렘에 마냥 들뜰 시기지만, 이씨를 비롯한 농민들은 걱정거리도 있다고 입을 열었다.
올해 농가 작황이 대체로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쌀값 안정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수확기에는 80㎏ 기준 쌀값은 평균 19만3천원 선이었지만, 이후 공급과잉과 소비감소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가 뚜렷해 현재는 18만원 후반대로 내려왔다.
쌀의 과잉생산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수확기를 맞은 농가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쌀값 책정과 정부의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북상 중인 제13호 태풍 '링링'도 또 다른 걱정거리다.
추석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반갑지 않은 태풍 예보에 농민들의 근심은 커진다.
태풍이 몰고 온 강한 비와 바람에 애써 키운 벼가 쓰러지거나 논이 물에 잠기기라도 하면 한해 농사를 망칠까 하는 두려움이 든다.
지난해도 장마와 함께 찾아온 태풍 '쁘라삐룬'의 영향으로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김제와 인접한 정읍, 부안 등의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가 있었다.
올해 김제를 비롯한 전북의 농가는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천재지변이 비껴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씨는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이번 태풍도 별다른 탈 없이 무사히 지나갔으면 하는 게 추석을 앞둔 농민들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제농협 관계자는 "올해는 풍수해나 병충해의 영향이 크지 않아서 대체로 작황이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농가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연말에 평년작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쪼록 북상 중인 이번 태풍에 농경지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농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북도와 김제시, 농어촌공사는 이번 태풍이 도내 전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농민들이 땀 흘려 가꾼 농작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취약시설 점검 등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김제시 관계자는 "태풍의 진로가 유동적이나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며 "농작물의 침수와 쓰러짐 등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배수로 정비와 시설물 관리 등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