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펀드' 투자기업 "5촌 조카가 대포통장으로 투자금 빼돌려"

조카 수상한 행적 알았나 몰랐나…조국 "투자처·운용 전혀 모른다"
투자기업 측 "23억원 투자했다가 대부분 회수…실투자 없었다"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3대 의혹' 중 하나인 사모펀드 투자 관련 의혹의 중심에는 조 후보자 5촌 조카 조모(36) 씨가 있다.조 후보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조씨의 수상한 행적도 하나둘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조씨는 조 후보자 부인 정경심(57) 씨에게 투자처를 소개했다는 인물이며, 후보자 일가가 14억원을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실소유주로 의심받고 있다.

최근에는 코링크가 조 후보자 부인과 처남에게 받은 투자금으로 실제 투자를 하지 않고,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다.검찰은 이를 이른바 '찍기(주식대금을 넣었다가 다시 빼는 가장납입)'로 의심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 웰스씨앤티 측 "대포통장 개설해주고 투자금 받아" 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최모 웰스씨앤티 대표를 소환해 코링크가 운용하는 '블루코어밸류업1호(블루펀드)'가 웰스에 투자한 과정과 투자금이 빠져나간 정황 등을 조사했다.

블루펀드는 투자자 구성이 조 후보자 부인과 두 자녀, 손아래처남과 두 아들 총 6명으로 이뤄진 사실상의 '가족펀드'다.조 후보자 일가에게 14억원을 모아 2017년 8월 가로등 점멸기 생산업체 웰스에 납입금액 대부분인 13억8천만원을 투자했다.

그간 웰스는 "자금난을 해결하고 신규 사업을 통해 회사를 키워보겠다는 생각으로 (코링크로부터) 정상 투자를 받았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다른 설명을 내놨다.

웰스 법인 명의로 된 '대포통장'을 코링크에 제공하고, 총 23억8천500만원(블루펀드 납입액 13억8천500만원 포함)을 투자받았다는 것이다.투자금 대부분은 코링크가 회수해 실제 투자는 없었다는 설명도 했다.

최 대표의 측근은 "웰스는 선(先)투자해 제품을 만든 뒤 관공서에서 납품 대금을 받는 구조라 자금 경색을 자주 겪었다"며 "자재 공급비 마련을 위해 사채를 쓰다가 조 후보자 5촌 조카 조씨 제안을 받고 투자받는 형식으로 대포통장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조씨 부인과 지인에게 빌린 사채가 있었다고 한다.

이어 "전체 투자금 중 웰스 운영비로 사용된 돈은 5천만원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투자금 중 13억원은 코링크로 송금되고 7억3천만원은 이모 코링크 대표가 수표로 인출하는 등 20억원 이상이 코링크로 되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검찰에서 조 후보자 가족이 투자한 돈의 흐름을 진술하고, 이를 보여줄 수 있는 법인계좌 거래내역 등을 제출했다.
◇ WFM에 웰스 엮어 우회상장 도모했나
검찰 압수수색 전 5촌 조카 조씨가 코링크 이 대표, 코링크가 투자한 2차 전지 업체 더블유에프엠(WFM)의 우모 전 대표 등과 함께 해외로 출국해 돌아오지 않으면서 코링크의 다른 사모펀드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2016년 2월 설립된 코링크가 처음으로 조성한 사모펀드는 '레드코어밸류업1호(레드펀드)'다.

40억원을 투자받아 이듬해 1월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의 3대 주주에 오르고, 이 회사 상장을 추진했다.

조씨는 이모 익성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코링크 이 대표는 이름만 '대표'일 뿐 회사의 주요 의사 결정은 조씨가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익성 상장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레드펀드는 1년 6개월 만인 2017년 10월 내부수익률(IRR) 30%를 올리고 청산됐다.

코링크는 2017년 10월에는 80억원 규모로 '한국배터리원천기술코어밸류업1호' 사모펀드를 만들어 WFM에 투자했다.

이 펀드는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교육업체 '에이원앤'을 인수하고서 2차 전지 사업을 추가하며 사명을 WFM으로 바꿨다.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실이 확보한 코링크 설립 초기 내부문서를 보면, 코링크는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를 통해 코스닥 상장사를 200억원에, 비상장사인 현대·기아차 1차 벤더를 1천억원에 인수한 뒤 두 회사를 묶어 우회상장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코링크는 이 계획대로 움직였다.

비상장사 익성의 주요 주주가 됐고, 코스닥 상장사 WFM을 인수했다.

그러나 익성 상장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이후 웰스씨앤티 우회상장을 도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웰스는 블루펀드에서 투자받는 것과 동시에 정관상 사업목적에 WFM과 같은 2차 전지 사업을 추가했다.

한국당 '조국 인사청문회 대책 태스크포스(TF)'는 "코링크가 주식 작전 세력과 연계한 탈법적 우회상장으로 시세차익을 도모하려 했다"며 "웰스·WFM 합병 과정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것은 웰스에 투자한 조국 일가"라고 주장했다.
◇ 처남 코링크 지분투자 미스터리로
관건은 조 후보자 부인과 처남이 위법 소지가 있는 조씨의 거래를 알고 있었는지와 관여했는지다.

검찰도 이 부분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와 가족은 5촌 조카 조씨의 자금 운용 내용을 제대로 모르고 투자한 피해자로 볼 수 있다.

조 후보자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이 된 뒤 개별 주식을 보유할 수 없지만, 사모펀드를 포함한 펀드 투자는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그래서 주식 전문가인 5촌 조카에게 물어봤더니 자기와 아주 친한 사람이 사모펀드를 운용하고 있다고 소개해줘 처가 가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모펀드에 대해 잘 몰랐다는 점을 강조하며 "분명히 말씀드리는 건 저나 제 처는 이 펀드가 어디에 투자하는지, 어떻게 운용되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후보자는 어떤 경위로 처남이 펀드 투자에 앞서 2017년 3월 코링크 지분을 5억원에 매입했는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지분 매입 시기 조 후보자 부인은 남동생에게 3억원을 송금하며 코링크의 약자로 추정되는 'KoLiEq'라고 적었다.

처남이 액면가 1만 원짜리 코링크 주식을 200배 비싼 값에 사들인 점도 미스터리다.

이 때문에 처남 정씨가 코링크의 실질적 대주주인데도 이를 숨기기 위해 비정상적 거래를 했다는 의혹, 부인 정씨가 차명 투자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조 후보자는 "(처남의 거래가) 저도 매우 의아하다.

왜 이렇게 됐을까 정말 궁금하다"며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검찰 관계자는 "신속하고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규명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