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손질'에 집중하는 교육부…"중장기 로드맵도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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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학부모 "정시 확대"…전문가들 "수시, 교육적 가치·평가 효용성 더 커"
교육부 '2022학년도부터 30% 확대' 유지…"중장기 계획은 국가교육위서 논의"교육부가 대입 제도 개편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손질에 나선 가운데 교육계에서 이번 논의를 계기로 해묵은 정시·수시 비중 논쟁을 해소할 정책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1일 "대입 제도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이후 교육계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입 개편 방향을 놓고 수많은 목소리가 쏟아졌다.
특히 학부모·학생 사이에서는 정시 확대 요구가 크다.
그중에서도 정·수시 비율 논쟁은 교육계의 해묵은 논쟁거리다.대입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대체로 정시를 선호하지만, 교사와 학계 등 전문가 집단은 수시가 교육적 가치와 평가 효용성이 더 크다고 말한다.
정시 전형은 국가가 관장하는 일제고사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다.
정시가 더 공정하다고 믿는 이들은 한날한시에 똑같은 시험을 딱 한 번 치르기 때문에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다고 말한다.반면 학종이 중심이 되는 수시 전형은 학생 개개인이 고교 시절 동안 계발한 특기와 적성을 주로 평가한다.
수시가 더 공정하다고 믿는 이들은 학생 개개인의 학문적·진로적 성취 노력이 다른 만큼 그 노력과 성과를 각각의 잣대로 평가하는 게 더 공평하다고 말한다.
두 전형은 각각 단점도 확실하다.정시는 학교에서 어떤 지식과 가치를 배웠는지를 오지선다형으로 묻는다.
그래서 매년 수능이 끝나고 나면 문제가 교육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었는지보다는 정답이 1개가 맞냐, 교과서가 가르친 영역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냐 같은 논쟁이 불거진다.
내용보다는 형식의 공정성이 중요한 것이다.
수능일 개인에 따라 작용하는 불운은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
수능 당일 개인이나 가정에 예기치 못한 사고가 닥쳐도 구제받을 수 없다.
여학생들은 월경 주기를 바꾸려고 피임약까지 먹고 심지어 교사가 이를 권장하는 일도 있다.
수능일에는 듣기평가 시간에 맞춰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되고 주식시장 개·폐장이 늦춰지는 등 사회적으로도 큰 비용이 발생하지만 이 역시 사회가 감내해야 할 희생으로 여긴다.반면 수시는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교사가 다 다르고, 이를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이 다 다르다.
결과가 정확한 점수로 공개되지도 않는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내 아이 담임이 다른 교사보다 실력이 떨어지지는 않는지, 내 아이 학생부만 꼼꼼히 봐주지 않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교사도 불신의 눈초리를 느끼기 때문에 세부 특기사항을 학생들에게 직접 쓰게 하는 경우도 있다.
수시 비중이 커진 뒤에도 여전히 영재학교·자율형사립고·과학고·외국어고에서 훨씬 많은 학생이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고 있다.
정시와 수시 가릴 것 없이 경제적·사회적 자본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능은 사교육을 쏟아부을수록 성적이 잘 나온다는 것이 각계 연구로 입증됐다.
사교육을 줄이려고 EBS와 연계를 늘렸더니 학교에서조차 EBS 교재를 암기시킨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에서 드러났듯 학종에는 '사회 자본'까지 작용한다.
부모가 교수·의사·법조인 등 전문직일수록 자녀는 다양한 교외 활동의 기회를 가진다.
과거에는 견문을 넓히는 데 이점이 있었지만 이제는 대학 진학에까지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처럼 정·수시 비중은 우리 사회 전반의 계층 구조와 맞물린 문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정·수시는 한쪽을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교육부가 이번에 학종만 손질하는 식으로 단발적인 발표를 내놓으면 신뢰도가 제고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춘 대입 제도 개혁을 언제까지 할 생각인지 등 중장기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난해 공론화 결과 현행 20%대인 정시를 2022학년도부터 30% 이상으로 늘리는 것으로 일단 결론이 난 만큼, 정·수시 비중을 또 건드릴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중장기적으로 '정·수시 통합', '수능 절대평가' 등을 논의한다는 게 교육부 계획이다.한편 교육부는 별도 태스크포스 구성 없이 내부 논의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신뢰도 제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교육부 관계자는 "대입 제도 개편과 관련해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릴 계획은 없다"면서 "학종 공정성 제고 방안을 기존에도 만들고 있었으므로 실무진이 논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교육부 '2022학년도부터 30% 확대' 유지…"중장기 계획은 국가교육위서 논의"교육부가 대입 제도 개편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손질에 나선 가운데 교육계에서 이번 논의를 계기로 해묵은 정시·수시 비중 논쟁을 해소할 정책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1일 "대입 제도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이후 교육계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입 개편 방향을 놓고 수많은 목소리가 쏟아졌다.
특히 학부모·학생 사이에서는 정시 확대 요구가 크다.
그중에서도 정·수시 비율 논쟁은 교육계의 해묵은 논쟁거리다.대입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는 대체로 정시를 선호하지만, 교사와 학계 등 전문가 집단은 수시가 교육적 가치와 평가 효용성이 더 크다고 말한다.
정시 전형은 국가가 관장하는 일제고사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다.
정시가 더 공정하다고 믿는 이들은 한날한시에 똑같은 시험을 딱 한 번 치르기 때문에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진다고 말한다.반면 학종이 중심이 되는 수시 전형은 학생 개개인이 고교 시절 동안 계발한 특기와 적성을 주로 평가한다.
수시가 더 공정하다고 믿는 이들은 학생 개개인의 학문적·진로적 성취 노력이 다른 만큼 그 노력과 성과를 각각의 잣대로 평가하는 게 더 공평하다고 말한다.
두 전형은 각각 단점도 확실하다.정시는 학교에서 어떤 지식과 가치를 배웠는지를 오지선다형으로 묻는다.
그래서 매년 수능이 끝나고 나면 문제가 교육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었는지보다는 정답이 1개가 맞냐, 교과서가 가르친 영역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냐 같은 논쟁이 불거진다.
내용보다는 형식의 공정성이 중요한 것이다.
수능일 개인에 따라 작용하는 불운은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
수능 당일 개인이나 가정에 예기치 못한 사고가 닥쳐도 구제받을 수 없다.
여학생들은 월경 주기를 바꾸려고 피임약까지 먹고 심지어 교사가 이를 권장하는 일도 있다.
수능일에는 듣기평가 시간에 맞춰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되고 주식시장 개·폐장이 늦춰지는 등 사회적으로도 큰 비용이 발생하지만 이 역시 사회가 감내해야 할 희생으로 여긴다.반면 수시는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교사가 다 다르고, 이를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이 다 다르다.
결과가 정확한 점수로 공개되지도 않는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내 아이 담임이 다른 교사보다 실력이 떨어지지는 않는지, 내 아이 학생부만 꼼꼼히 봐주지 않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교사도 불신의 눈초리를 느끼기 때문에 세부 특기사항을 학생들에게 직접 쓰게 하는 경우도 있다.
수시 비중이 커진 뒤에도 여전히 영재학교·자율형사립고·과학고·외국어고에서 훨씬 많은 학생이 상위권 대학에 합격하고 있다.
정시와 수시 가릴 것 없이 경제적·사회적 자본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능은 사교육을 쏟아부을수록 성적이 잘 나온다는 것이 각계 연구로 입증됐다.
사교육을 줄이려고 EBS와 연계를 늘렸더니 학교에서조차 EBS 교재를 암기시킨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에서 드러났듯 학종에는 '사회 자본'까지 작용한다.
부모가 교수·의사·법조인 등 전문직일수록 자녀는 다양한 교외 활동의 기회를 가진다.
과거에는 견문을 넓히는 데 이점이 있었지만 이제는 대학 진학에까지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처럼 정·수시 비중은 우리 사회 전반의 계층 구조와 맞물린 문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정·수시는 한쪽을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교육부가 이번에 학종만 손질하는 식으로 단발적인 발표를 내놓으면 신뢰도가 제고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고교학점제 도입에 맞춘 대입 제도 개혁을 언제까지 할 생각인지 등 중장기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난해 공론화 결과 현행 20%대인 정시를 2022학년도부터 30% 이상으로 늘리는 것으로 일단 결론이 난 만큼, 정·수시 비중을 또 건드릴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중장기적으로 '정·수시 통합', '수능 절대평가' 등을 논의한다는 게 교육부 계획이다.한편 교육부는 별도 태스크포스 구성 없이 내부 논의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신뢰도 제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교육부 관계자는 "대입 제도 개편과 관련해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릴 계획은 없다"면서 "학종 공정성 제고 방안을 기존에도 만들고 있었으므로 실무진이 논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