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가 주가 폭락 주범?…거품 제거 등 순기능도 있어

이것이 공매도다

이관휘 지음 / 21세기북스
308쪽 / 1만8800원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을 기대하며 실행하는 투자다.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와 시장에 팔고, 이후 그 주식을 시장에서 매입해 대여자에게 갚는 방식으로 판 가격과 산 가격의 차이만큼 이익을 낸다.

주가가 하락할 때면 공매도는 늘 비판의 도마에 오른다. 공매도 과정에서 끼어드는 반칙들로 인한 오해는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비난으로까지 이어진다.이처럼 공매도가 무수한 욕을 먹으면서도 지금까지 많은 국가의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재무경제학 권위자이자 ‘공매도 스타’로 알려진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서 <이것이 공매도다>에서 시장에 대한 ‘통찰’과 금융정보를 바탕으로 한 ‘예측’이 공매도 투자의 특징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공매도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은 잘못된 작명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말 그대로 ‘없는 주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주식을 빌려서 파는 ‘차입매도’라는 것이다. 그는 “없는 주식을 파는 행위인 ‘무차입공매도’는 엄연히 불법이기에 합법적 차입매도와 구분하는 것에서 공매도에 대한 이해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혐오가 ‘공매도가 주가를 떨어뜨리고 주가변동성을 키워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다’는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통해 이런 오해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공매도의 가장 큰 기능은 ‘가격효율성 증대 효과’다. 주가에 부정적인 정보를 적절히 반영해 거품이 끼지 않고 적정한 가격을 유지하게 함으로써 투자자의 리스크를 낮추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흐름에 의존하는 감정적 투자가 시장을 휩쓸지 못하도록 견제하며 균형을 잡아준다”고 강조한다. 과대평가된 주식이 적정 가격을 유지하도록 조정하는 ‘가격 발견 기능’, 사고자 하는 사람이 밀려 있는 시점에서 적절히 주식을 공급해줘 주식 거래를 쉽게 만드는 ‘유동성 공급 기능’, 가격이 오르고 있는 주식들을 매도하고 가격이 떨어지는 주식들을 매수하는 역모멘텀 투자로 인한 ‘주가변동성 감소 기능’ 등도 제시한다.

저자는 “국내 주식시장에선 여러 제약으로 여전히 공매도에 대한 순기능이 제힘을 발휘할 수 없다”며 “공매도 인프라 확충, 개인투자자 공매도 기회 확대, 공매도 관련 반칙과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등 제도 보완을 통해 공매도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