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찾은 홍남기 "공동펀드 만들어 소부장 키우자"

동방경제포럼 참석
"경제 연결고리 끊어지면 쇠락"
日 수출규제 겨냥 우회 비판
제5차 동방경제포럼 참석차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 중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오른쪽 두번째)와 면담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러시아에 “소재·부품·장비산업을 육성하는 공동 투자펀드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최근 일본이 한국에 가한 수출규제 이후 소재·부품·장비 수입처 다변화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홍 부총리는 5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5차 동방경제포럼의 ‘한·러 경제·기업인 대화’ 세션에 참석해 “양국 간 경제 협력을 강화하자”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초원천기술을 사업화해 해외 판로를 확보하고 한국은 수입처를 다변화할 수 있다”며 공동 펀드 조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특수소재·부품 분야에 강점이 있으며 지난 7월 일본 수출규제 직후 한국에 러시아산 불화수소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홍 부총리는 “한·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자유무역협정(FTA)과 한·러 서비스·투자 FTA도 조속히 타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AEU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 등으로 구성된 경제연합체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한·러 양국 간 에너지·인프라 분야 경제 협력과 관련해서는 질적인 발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에너지·인프라 공동 프로젝트 지원을 위한 금융협력 채널은 구축돼 있으나 정작 금융 지원 대상이 되는 사업을 발굴하는 노력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정치적 갈등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이 약해지는 데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홍 부총리는 “국가 간 경제 갈등과 보복, 적대적 행위가 우리 모두를 혼란과 침체, 저성장으로 이끈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한다”고 했다. 또 일본을 겨냥해 “경제 강국도 주변국과 연결고리가 약해지면 결국엔 쇠락의 길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