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분담금 협상대표에 非외교관 검토…기재부 출신 거론

美 방위비 분담금 대폭증액 압박에 팩트 기반 꼼꼼한 대응 예고
1991∼2019년도 SMA 韓수석대표, 국방부·외교부가 맡아와
이르면 이달 중 개시될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SMA) 한국 측 수석대표로 비(非) 외교부 인사를 기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6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는 외교부 등 관련 부처가 올린 복수의 차기 협상대표 후보군을 놓고 막바지 검토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 중에는 전직 기획재정부 간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차기 대표로 기재부 출신이 낙점된다면 파격적 인선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간 1991년부터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단위로 체결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 대표는 국방부와 외교부 인사가 맡아왔다.1991∼2004년까지 적용한 제1차∼5차 협상은 국방부가, 2005년부터 적용한 제6차 협상부터는 지난해 제10차 협상까지는 외교부가 주도했다.

기재부 출신 인사가 협상 대표로 임명된다면 '숫자 계산'에 밝은 인사를 내세워 미국의 대폭적인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깐깐하게'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수준에서의 분담금 인상만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혀온 정부가 예산전문가를 투입해 미국이 내미는 청구서의 타당성을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의지도 읽힌다.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끌려가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최근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의 발언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김 국립외교원장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한미군 기지 조기반환 계획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레버리지(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다면, 한국이 환경오염 치유비용 등 미군기지 주둔에 투입하는 간접비용을 미국 측에 역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취지다.다만, 항목별로 분담금 규모를 결정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총액을 두고 미국과 협상하는 만큼 협상 대표에게는 정무적 판단능력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후 한미간에 불편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만큼 미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을 대표로 앉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은 그간 주한미군 기지를 운용하는 직·간접 비용으로 50억 달러가 소요된다며 한국이 분담하는 금액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한국에 전달해왔다.

제10차 협상이 이례적으로 1년 단위로 체결돼 올해 하반기에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협상은 아직 재개되지 않았다.

티모시 베츠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 협상 대표와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분담 협상 대표는 지난달 20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협상을 조만간 시작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달 15일 추석 연휴가 끝나면 한국과 미국 양측에서 본격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한국과 미국은 지난 3월 올해 한국이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을 작년(9천602억원)보다 8.2% 인상된 1조389억원으로 하는 제10차 SMA 문서에 서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