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탐구생활] 1시간 게임하고 8시간 편집…5달 만에 7배 성장한 게임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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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한경
낙하산을 맨 게임 속 캐릭터가 다급하게 차량을 찾아 달리다가 날아오는 총알에 맞아 쓰러진다. 차량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망하기를 반복하는 것만 네차례. 다섯번째 도전에서 겨우 자동차 앞에 도달했지만 경쟁자의 총알에 캐릭터는 다시 한번 사망한다. “이상 주키니였습니다.” 당황한 목소리로 영상은 급히 마무리된다. 이 영상은 유튜브에서 97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영상의 주인공은 유튜브 채널 <주키니TV>의 게임 크리에이터인 주키니(본명 신진호·25)다. 그는 지난 4월부터 게임 영상에 편집으로 목소리를 입힌 ‘더빙 영상’을 올리고 있다. 주로 다루는 게임은 게임회사 블루홀의 총싸움 게임 ‘배틀그라운드’다. 더빙 영상을 시작하기 전까지 2만명에 불과했던 주키니TV의 구독자는 6일 기준 14만명에 이른다. 주키니를 한국경제신문의 동영상 전문 브랜드 NOW한경이 만났다.주키니는 인기 있는 게임 크리에이터들 중에서도 이질적이다. 눈을 즐겁게 해주는 화려한 게임 실력을 갖추지 못했고, 몇시간의 스트리밍(실시간 방송) 내내 시청자들을 웃길 입담을 자랑하지도 못한다. 주키니의 더빙 영상들은 철저한 기획과 연출의 결과물이다.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낄만한 상황이나 이야기를 구상하고, 게임을 통해 이를 구현한다. 여기에 주키니가 직접 음성을 입히고, 자막과 효과를 삽입한다.2017년에 개인 방송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주키니는 게임을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전공도 영상이나 창작과는 무관한 컴퓨터 공학이다. 매일 게임을 하던 주키니는 이 시간을 활용해 무언가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방송을 시작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단순히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웠다. “12시간씩 촬영하고 편집한 영상이 조회수가 한 자릿수에 불과할 때는 솔직히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며 “2년 동안 꾸준히 영상을 올리면서 더욱 참신한 콘텐츠를 만들 방법을 고민했다”고 주키니는 회고했다.
주키니는 평소 즐겨보던 영화 비평 유튜브를 통해 성장의 계기를 발견했다. 그는 “영화를 비평하는 유튜버들은 영화의 전체 줄거리를 따라가기보다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낄만한 핵심 지점들만 철저히 부각해 전달한다”며 “게임도 단순히 게임의 콘텐츠를 직접 소비하기보다 이야기를 기획하고 이에 맞춰 영상을 연출하고 편집한다면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유튜브 내 콘텐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튜버와 영상 편집자의 분업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실력 있는 영상 편집자는 웬만한 대기업 회사원이 부럽지 않을 몸값을 자랑한다. 하지만 주키니는 자신의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편집한다. 짧은 인사말도 몇번씩 녹음하고, 구현하고 싶은 효과는 직접 인터넷을 찾아보며 독학한다.
주키니는 “어떤 영상은 녹화 시간은 1시간에 불과하지만 촬영 후 보정 및 편집 과정이 8시간 이상 이어지기도 한다”며 “하지만 연출과 편집도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인만큼 기획자가 직접 작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설명했다.
매주 2~3편 이상의 영상을 올리려면 크리에이터는 소재를 다양한 방법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주키니는 강조했다. “게임을 하다가 소재를 찾을 때도 있지만 오히려 게임 밖에서 아이디어를 찾을 때가 많다”며 “일상은 물론이고 영화나 예능처럼 게임과 무관한 분야의 콘텐츠들을 접하면서 다음 영상을 고민한다”고 말했다.※유튜버 탐구생활은 화제의 유튜버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NOW한경의 기획 시리즈입니다. 게임과 음악 등의 인기 분야는 물론, 자신만의 창의적인 콘텐츠로 시청자들 앞에 나선 인기 유튜버의 비결을 다룹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