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에 눈뜬 中, 해외 수원지 개발로 갈등 촉발

중산층 증가하면서 생수 수요 늘어…뉴질랜드·호주 등에서 지역사회와 분쟁

중국 기업들이 플라스틱 병에 담긴 생수 수요가 크게 늘자 뉴질랜드, 호주 등에서 수원지 개발에 나섰다가 지역 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전했다. 5년 전 생수 사업에 뛰어든 중국계 기업 원퓨어 인터내셔널 그룹은 뉴질랜드 동부 해안 지역의 수원지에서 지난해 300만 갤런(1천135만ℓ)에 이르는 생수 제품을 만들어 중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판매했다.

생수 공장이 들어선 곳은 뉴질랜드 고급 와인 포도 재배 지역으로, 일부 주민들은 원퓨어측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뉴질랜드 호크스베이에서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는 린 코터 알리지는 생수 회사들이 너무 많은 물을 뽑아내면 도시와 농장이 적절한 수자원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지역에는 원퓨어를 비롯한 다른 6개의 생수 회사들이 대수층에서 생수를 뽑아내고 있다.

회사 측은 지역 사회의 이벤트를 후원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환원하려 노력해왔으며 할당된 양의 5분의 1도 안되는 물만 생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뉴질랜드, 호주 등에서는 증가 추세인 중국 생수 시장의 수요에 맞춰 생수 공장 투자가 늘면서 반대 시위와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 시위, 소송에 참여하는 측에서는 지역 사회와 농업 분야에 쓰일 물을 공장들이 많이 소비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음료 산업 컨설팅 기관 BMC(Beverage Marketing Corp)가 올해 펴낸 보고서 따르면 중국은 매년 280억 갤런(1천59억ℓ)의 생수를 소비하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병 생수의 4분의 1에 이르는 양이다.
이러한 소비량은 두 번째로 큰 생수 시장인 미국보다도 곱절가량 많다. 그러나 1인당 연간 소비량은 보통 크기(500㎖)의 플라스틱 생수병 150개 정도인 20갤런으로 그리 많지 않은 편인데, 전문가들은 수년간 중산층이 늘면서 생수 판매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반면 중국의 담수는 전 세계 담수의 7%에 불과하다.

이마저 4분의 1은 농업과 공업 활동으로 오염돼 있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마크 미아오 연구원은 수돗물 수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병에 담긴 생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상위 10개 생수 제조 업체들은 중국 기업인데 일부 중국 기업들은 비싼 수입 생수를 찾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춰 외국에서 수원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생수 수입은 2013년보다 세배 늘어난 6억6천4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깨끗한 자연환경이라는 이미지를 지닌 뉴질랜드는 생수 기업들에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됐다.

몇 년 전 뉴질랜드의 보수 정권이 외국인에게 토지 매입 등의 규제를 완화한 것도 중국 생수 기업들이 진출하는 데 일조했다.

중국 최대 생수 기업인 농푸 스프링은 2016년 뉴질랜드 정부로부터 북부 지역에 투자할 것을 제안받았다.

중산산 농푸 스프링 회장은 4천200만 달러를 투자해 시간당 15만4천병의 생수를 생산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지역 주민과 마오리 부족의 반대에 부딪혔고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뉴질랜드 동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생수 공장을 소유한 중국 기업 클라우드 오션 워터는 지역 사회의 물을 지켜야 한다며 주민들이 참여한 단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