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지진 끄떡없는 초고층 건물…비밀은 '대나무·죽부인'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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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엘시티·파크원 등
대나무 본떠 전체 뼈대 구축
진도 9 강진·초속 80m 태풍 견뎌
![국내 최고층 건물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100층 이상 구간에 적용한 다이아그리드 구조 시공 당시 모습. 롯데물산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1909/AA.20454402.1.jpg)
건물 중간 매듭…태풍 지진 이겨내초고층 건물들의 공통점은 ‘대나무 구조’다. 초고층 건물 전체를 세로로 관통하는 메가칼럼(초거대 기둥) 8개를 ‘아웃리거 벨트트러스트’가 끈처럼 강하게 묶어준다. 메가칼럼 곳곳에 묶여 있는 아웃리거 벨트트러스트를 멀리서 보면 중간마다 마디가 있는 대나무와 비슷하다.
롯데월드타워는 39층·72층·103층에, 부산 엘시티 랜드마크타워는 20층·48층·76층·97층 구간에 아웃리거 벨트트러스트가 자리 잡고 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규모 9의 강진, 초속 80m 태풍을 이겨내는 초고강도 설계 비결이 메가칼럼과 아웃리거 벨트트러스트”라고 설명했다.
포스코건설은 여의도 파크원 모서리에 8개의 메가칼럼과 이 칼럼들을 서로 연결하는 대형 버팀대 ‘메가브레이스’를 세우는 방법으로 건물 강도를 높였다. 파크원 건물 모서리의 붉은색 구조물이 메가칼럼이다. 메가브레이스는 아웃리거 벨트트러스트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롯데월드타워의 무게는 75만t이다. 사람의 몸무게를 75㎏으로 계산하면 서울시민 전체(약 1000만 명)의 무게와 맞먹는다. 롯데건설은 이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암반층을 보강했다. 먼저 지하 38m까지 터를 파고, 터 아래 암반층에 길이 30m, 지름 1m짜리 파일 108개를 박았다. 그리고 이 위에 길이 72m, 두께 6.5m짜리 기초공사(MAT)를 했다. 건물 밑에 축구장 크기의 디딤돌을 놓은 셈이다. 기초공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란 설명이다.
건물에 쓰이는 콘크리트도 달라
초고강도 콘크리트는 점성이 높아 배합 설계부터 타설(부어넣기)까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롯데물산은 초저발열 콘크리트 배합 기술을 확보해 32시간 연속 콘크리트 타설에 성공했다. 콘크리트를 쏘는 수직압송 기술도 콘크리트를 채울 때 꼭 필요하다. 3~4일에 1개 층을 올리려면 빠르게 콘크리트를 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엘시티 더샵, 파크원을 시공 중인 포스코건설 역시 고강도 콘크리트를 한 번에 최대 500m까지 쏘아 올릴 수 있는 압송기술을 갖고 있다. 포스코와 1년여간의 공동연구 끝에 압송관 소재와 압송 기술을 동시에 개발했다. 극한 압력과 마찰을 견디는 고급 기술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압송관 소재는 유럽산 제품보다 40% 싸지만 강도가 30% 이상 높고, 무게는 20% 가볍다”고 설명했다.해운대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는 엘시티는 바다에서 날아오는 염분을 견딜 수 있는 공법으로 주목받았다. 금속을 녹여 분무하는 ‘고주파 아크용사’ 기술을 활용해 건물 표면에 내염분 피막을 입혔다.
죽부인을 본뜬 다이아그리드
다이아그리드로 외벽을 만들면 층을 떠받들 내부 기둥을 세울 필요가 없다. 롯데월드타워는 107층(435m)부터 맨 꼭대기인 555m까지 다이아그리드 구조로 돼 있다. 두께 6㎝ 철판을 둥글게 말아 만든 대형 강관을 시옷자로 이었다. 다이아그리드 한 개의 높이는 11.7m, 중량은 20t에 달한다. 한 개 층이 3.9m인 롯데월드타워는 3개 층에 걸쳐 4~6개의 다이아그리드가 설치돼 있다.롯데물산 관계자는 “다이아그리드끼리 잇기 위해서는 고난도의 용접 기술이 필요한데, 이는 손기술이 뛰어난 한국인 기술자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