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야 본전…타짜3 출연, 배우인생 최대 베팅이죠"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 포커 천재 役 박정민

전작 흥행 부담됐지만
강렬한 캐릭터에 매료
7개월 카드 기술 익혀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인생에 가장 크게 베팅했던 일이라…. 대범하게 도전했다는 의미로 생각한다면 ‘타짜: 원 아이드 잭’을 하겠다고 결정한 일이에요.”

오는 11일 개봉하는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타짜3)에서 포커 천재 도일출로 열연한 배우 박정민은 이렇게 말했다. 극 중 도일출은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이지만 칠판보다 포커판이, 펜보다 포커 카드가 더 가까운 인물이다.2006년 개봉한 ‘타짜’는 56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2014년의 ‘타짜-신의 손’(타짜2)도 401만 명을 동원하며 전편에 버금가는 성과를 냈다. 그런 만큼 박정민의 부담은 컸다. 주연인 데다 그 역시 ‘타짜’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자 ‘타짜’를 보며 꿈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를 받고 2주간 망설였어요. 돌이켜보면 ‘하고 싶어하는 나’에게 주변에서 ‘하라’고 보채주길 바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예상 외로 하지 말라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하. 욕먹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요. 그런데 욕먹는 걸 두려워하면 그 어떤 영화도 못하죠. 어릴 때 열광했던 할리우드 케이퍼물 같은 이 영화 안에서 내가 뭔가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좋았습니다.”

‘타짜3’는 전작들과 달리 화투에서 포커로, 개인플레이에서 팀플레이 위주로 바뀌었다. 박정민은 능숙한 플레이를 위해 캐스팅 후 7개월간 마술사의 도움을 받으며 카드 기술을 익혔다. 또한 도일출이 공시생이라는 캐릭터 설정으로 동시대 청춘들의 고민을 반영했다.
박정민은 앞서 영화 ‘동주’에서는 독립운동가로, ‘변산’에서는 찌질한 래퍼로 시대상을 빗댄 청년을 연기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타짜3’에서는 전보다 훨씬 강렬해졌다. 들끓는 욕망, 두둑한 배짱, 압도적인 분위기의 도일출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해온 캐릭터에 비해 도일출은 장르적 특성이 강해요. 그렇지만 도일출은 역대 ‘타짜’ 시리즈의 주인공 중 가장 현실적인 고민을 하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감독님이 (일상적 인물을 주로 연기한) 저를 캐스팅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충분히 있을 수 있어요. 그런 부분은 제가 고민하고 개선해나가야죠.”영화에서 도일출은 한순간 모든 걸 잃고 넋을 잃은 채 도박장을 전전한다. 얼굴은 핼쑥하고 차림새는 추레하다. 포커판에서만큼은 초롱초롱했던 눈빛도 탁해진다.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도일출을 연기하기 위해 박정민은 혹독하게 살을 뺐다. 영화 시작할 때 78㎏이었던 몸무게는 58㎏까지 줄었다.

“이전보다 버석버석한 느낌이 나길 바랐어요. 일출은 풍파를 겪고 죄책감까지 안게 되죠. 감정이 격해지기보다 오히려 건조해지고 메말라가는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메마른 인간의 복수가 더 무서울 것 같다고 생각해서 감정 표현을 최대한 자제했어요.”

박정민은 평소 동경하던 선배 배우 류승범과 이번 영화를 함께 찍은 데 대해 무척 감격스러워했다. “승범 형님을 만난 건 지난해 최고의 행운”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류승범은 ‘원 아이드 잭’이라는 이름의 타짜 팀을 모은 설계자 애꾸 역을 맡았다. 박정민은 류승범을 캐스팅할 때 정성스레 손편지까지 써 보내 ‘팬심’을 어필했다.“출연해달라는 게 아니라 팬레터에 가까웠죠. ‘선배님을 보면서 꿈을 키워왔습니다’라는 내용이었어요. 승범 형님은 자신이 20~30대 때 영화를 하며 겪은 감정을 얘기하면서 제가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셨죠. 이런 선배와 함께 영화를 찍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제겐 큰 힘이 됐어요.”

박정민은 주연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매번 다른 캐릭터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연기 생활을 하며 후회되는 순간은 없었느냐고 하자 “고민은 매일 있다”며 이렇게 털어놨다. “하고 싶어서 선택한 일이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 때가 있어요.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열등감으로 발현되기도 해요.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쉬운 직업이고,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아야 하는 직업이고, 잣대를 들이미는 직업이죠. 그런 스트레스 속에서도 잘 해나가고 제 자신을 유지해나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bell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