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영합리화 없는 서울시의 '지하철 부채 떠안기'는 곤란하다

서울시가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부채 중 절반가량인 2조4567억원을 대신 갚아주기로 했다. 빚이 5조1000억원으로 늘어나 부채비율이 96.8%까지 치솟은 서울교통공사가 더 이상 도시철도공채를 발행할 수 없는 처지에 몰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방공기업은 부채 비율이 100%를 넘으면 채권을 발행할 수 없다. 서울시가 올해와 내년 7238억원을 대신 상환할 경우 서울교통공사의 부채비율은 일단 84.3%로 낮아진다.

하지만 전동차 교체 등에 막대한 비용이 계속 들어갈 수밖에 없어 이 같은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게다가 지하철 요금이 수송원가의 65%에 불과, 운행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여서 서울시의 부채 대납은 이래저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서울교통공사의 부채를 세금으로 메워주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도 있다. 서울 시민 중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지하철을 타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이들에게까지 부담을 지우는 것이 옳으냐는 것이다. 결국 서울교통공사의 경영합리화가 전제되지 않은 서울시의 부채 떠안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인 데다가 타당성마저 결여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서울교통공사의 방만경영 실태는 잘 알려진 대로다. 만성 적자에 고용세습 및 채용비리 의혹까지 불거졌고, 안전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2017년에는 5000억원이 넘는 적자에도 1300억원에 가까운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이처럼 낭비와 비리 소지가 다분한, 허술한 내부 통제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서울시의 혈세를 쏟아붓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하철 요금도 조정해야 한다. 원가수준까지 급격한 인상은 아니더라도 무임승차 손실을 줄일 방안과 함께 점진적 요금 인상안도 검토해야 한다. 지하철은 공공성이 큰 만큼 서울시의 지원 필요성을 전면 부인할 수는 없다. 다만 서울교통공사의 자구노력과 경영합리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