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무역전쟁 10년 걸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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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6일 미·중 무역전쟁을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경쟁에 비유하며 “양국의 갈등 해소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커들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10월 협상에서) 조속한 성과를 원한다”면서도 “미·중은 무역, 지식재산권 등에 대해 18개월 전부터 협상하고 있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이 정도 기간은 짧은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소련을 상대로 비슷한 싸움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냉전시대 소련과의 협상에서 결실을 보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는 점을 일깨웠다. 이어 “미·중 협상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제대로 풀어야 하고 (미국은) 10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무역전쟁으로 손해를 보는 쪽은 중국이라며 “합의만을 위해 협상을 무리하게 진척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무역전쟁 여파'에 잇단 침체 지표…높아진 美·유럽 금리인하 가능성
美 고용 부진·獨 산업생산 감소…美·中 무역갈등 파장 현실화미국과 중국이 다음달 초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했지만 무역전쟁이 장기간 냉전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역전쟁을 촉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손을 이미 벗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나빠지고, 독일 산업생산이 감소하는 등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도 계속 커지고 있다. 이와 맞물려 미국과 유럽 등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각국에선 경기 침체를 우려하게 하는 지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미 노동부는 8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13만 명(계절 조정치) 증가했다고 지난 6일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16만 명)를 밑돈 것이다. 직전 2개월 취업자도 기존 발표치보다 2만 명 하향 조정됐다.
비농업 취업자는 3개월 이동평균으로 12만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지난해 20만 명 이상에서 크게 둔화했다. 무역전쟁에 따른 기업 투자 감소가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8월 실업률은 3.7%를 유지했고, 시간당 임금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2% 올라 예상을 웃돌았다.독일에서도 지난 7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6% 축소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두 달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산업생산은 6월에도 1.1% 감소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0.1%를 기록했다. 3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경우 공식적으로 ‘경기 침체’에 들어갔다는 진단이 가능하다.
AP통신은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미국의 부진한 고용 지표가 발표되면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일자리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한 가운데 나왔다며 “양국의 ‘인내심 게임’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것임을 암시한다”고 보도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미·중 무역전쟁을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에 빗대 10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협상 결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 발언은 중국과 무역갈등 해소를 위한 합의에 이르기 위해 서두르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기존 입장과 일치한다.세계적 역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교수(스탠퍼드대 선임연구원)도 이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양국은 이미 2차 냉전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 갈등은) 단순히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넘어 첨단 정보기술(IT), 지정학적 문제까지 마찰이 확대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더는 협상을 통해 무역전쟁을 끝낼 수 있는 통제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기 우려가 커지자 각국 중앙은행들은 완화적 통화정책 시행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주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전격 인하한 데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12일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다음달 퇴임 전에 예고한 대로 현행 연 -0.4%인 예금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부에선 새로운 채권 매입 프로그램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한다.
미 중앙은행(Fed)은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미국 경제의 침체를 예상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경기 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이를 기준금리 인하의 문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의 위협 요인으로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을 꼽았다.뉴욕 금융시장에서는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투자자들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90%로 관측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커들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10월 협상에서) 조속한 성과를 원한다”면서도 “미·중은 무역, 지식재산권 등에 대해 18개월 전부터 협상하고 있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이 정도 기간은 짧은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소련을 상대로 비슷한 싸움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냉전시대 소련과의 협상에서 결실을 보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는 점을 일깨웠다. 이어 “미·중 협상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제대로 풀어야 하고 (미국은) 10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무역전쟁으로 손해를 보는 쪽은 중국이라며 “합의만을 위해 협상을 무리하게 진척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무역전쟁 여파'에 잇단 침체 지표…높아진 美·유럽 금리인하 가능성
美 고용 부진·獨 산업생산 감소…美·中 무역갈등 파장 현실화미국과 중국이 다음달 초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했지만 무역전쟁이 장기간 냉전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역전쟁을 촉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손을 이미 벗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나빠지고, 독일 산업생산이 감소하는 등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도 계속 커지고 있다. 이와 맞물려 미국과 유럽 등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각국에선 경기 침체를 우려하게 하는 지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미 노동부는 8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13만 명(계절 조정치) 증가했다고 지난 6일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16만 명)를 밑돈 것이다. 직전 2개월 취업자도 기존 발표치보다 2만 명 하향 조정됐다.
비농업 취업자는 3개월 이동평균으로 12만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지난해 20만 명 이상에서 크게 둔화했다. 무역전쟁에 따른 기업 투자 감소가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8월 실업률은 3.7%를 유지했고, 시간당 임금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2% 올라 예상을 웃돌았다.독일에서도 지난 7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6% 축소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두 달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산업생산은 6월에도 1.1% 감소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0.1%를 기록했다. 3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경우 공식적으로 ‘경기 침체’에 들어갔다는 진단이 가능하다.
AP통신은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미국의 부진한 고용 지표가 발표되면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일자리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한 가운데 나왔다며 “양국의 ‘인내심 게임’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것임을 암시한다”고 보도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미·중 무역전쟁을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에 빗대 10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협상 결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 발언은 중국과 무역갈등 해소를 위한 합의에 이르기 위해 서두르지 않겠다는 미국 정부의 기존 입장과 일치한다.세계적 역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교수(스탠퍼드대 선임연구원)도 이날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양국은 이미 2차 냉전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 갈등은) 단순히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넘어 첨단 정보기술(IT), 지정학적 문제까지 마찰이 확대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더는 협상을 통해 무역전쟁을 끝낼 수 있는 통제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기 우려가 커지자 각국 중앙은행들은 완화적 통화정책 시행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주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전격 인하한 데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12일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다음달 퇴임 전에 예고한 대로 현행 연 -0.4%인 예금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부에선 새로운 채권 매입 프로그램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한다.
미 중앙은행(Fed)은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미국 경제의 침체를 예상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경기 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이를 기준금리 인하의 문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의 위협 요인으로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을 꼽았다.뉴욕 금융시장에서는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투자자들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90%로 관측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