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맞은 민변 광주전남지부, 성숙한 인권지킴이로 성장"

5·18 규명, 일제 동원 피해자 지원·인권 보호 공익소송 앞장
김정호 지부장 "법조인은 사회에 빚진 사람, 어려움 외면하지 않아야"
"사실 국가의 시스템에 의해 양성된 법조인은 사회에 빚을 진 사람들이죠. 그래서 주변의 어려움을 더 외면하지 않았으면 해요. "
1990년대부터 지역에서 다양한 공익소송을 이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가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제10대 지부장을 맡은 김정호 변호사는 8일 "민변이 최우선으로 추구해왔고 앞으로도 지향하는 가치는 인권 옹호와 공익가치 실현"이라며 스무살 민변 광주전남지부의 비전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른바 '부채 의식'을 줄이고 싶은 마음에 민변에 동참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대학신문사에서 활동하며 박승희 열사의 분신을 눈앞에서 목도했던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내 것을 지키려고 다 던지지 못하고 살아남았다"는 생각이 남아 있었고 변호사가 된 후 사회에 빚을 지고 있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1999년 9월 11명의 회원으로 시작한 민변 광주전남지부는 김 변호사가 신참으로 동참하게 된 2004년 당시에도 대학생들의 국가보안법 위반·긴급조치위반 재심 등 시국사건을 많이 맡았다.

2011년 전후 5∼10년 차 변호사들이 다수 합류하는 등 회원이 늘면서 다양한 공익소송 발굴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남영전구 노동자 수은중독 손해배상·서광주우체국 집배원 사망 등 노동 사건과 한빛원전 감사청구 등 환경 사건, 인화학교 성폭력 피해 등 장애인 사건, 장성요양병원 및 담양펜션 화재 지자체 상대 손해배상 공익소송 등을 수행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적극적으로 임한 후배 변호사들도 단체를 성장시킨 주역이다.

남영전구 노동자 소송, 서광주우체국 집배원 산재 인정 사건 등은 젊은 변호사들이 직접 현장 실태조사에 나서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구제한 대표적인 사건이다.
5·18 진실규명을 위한 민·형사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사건도 현재 진행형이다.

민변 광주전남지부 회원들은 2009년 10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피해자들이 광주 미쓰비시 자동차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와 동참한 것을 시작으로 10년간 협상과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5·18 왜곡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사건이 닮았다고 본다.

피해자는 진실한 사과와 명예회복을 원하는데, 가해자는 사과만 하면 상당 부분 풀릴 수 있는 것을 적반하장으로 왜곡하고 공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해 지금까지 문제가 되는 것처럼 5·18 진상 규명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하는 지가 우리 민주주의의 성숙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민변 광주·전남지부에서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민변 광주전남지부는 오는 9일 오후 7시 20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에서 60여명의 회원과 함께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그동안의 주요 소송을 정리한 '민변 광주전남지부 20주년 변론사'와 변호사들의 퍼포먼스 등이 선보일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