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의료원, 원지동 이전사업 중단 선언…복지부 "사실무근"(종합)

"을지로 현 위치에서 자체 경영혁신 계획 수립할 것"
복지부 "이전 중단은 사실 아니야…서울시와 협의 지속"

국립중앙의료원이 현 위치인 서울시 중구 을지로에서 서초구 원지동으로 옮기는 신축 이전사업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즉각 이전사업 중단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8일 원지동 이전을 위해 꾸렸던 전담 조직(신축이전팀)을 6일 자로 해체하고, 현 위치에서 자체 경영혁신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신축이전 사업은 1958년 설립된 국립중앙의료원을 국가 보건의료 전달체계의 실질적 총괄기관인 '국가중앙병원'으로 확대·개편하고자 2003년 시작됐다. 이후 2014년 12월 신축 이전을 위한 복지부·서울시 간 업무협약이 체결됐고, 2016년 12월에는 서울시가 원지동 서울추모공원 내 부지 6만여㎡를 국립중앙의료원 운영 주체인 보건복지부에 매각하면서 이전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그러나 서초구 주민들의 중앙감염병원 설치 반대와 도시계획 종상향(種上向) 민원 등이 이어지면서 16년째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더욱이 올해 2월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경부고속도로 소음으로 인해 부지 전체를 2층 이상의 병원 건물로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런 결함을 보완할 마땅한 대안은 찾지 못한 채 수개월째 결정이 미뤄지자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겠다고 포기한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원지동 부지는 서울 강남과 분당에 인접한 의료공급 과잉지역인 데다 경부고속도로와 화장장으로 둘러싸여 있어 국가 공공보건의료기관의 부지로 적합하지 않았다"며 "최근 제기된 소음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천문학적 비용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현 추진방안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 주체인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행정력 낭비가 지속되고 있어 당사자로서 이 문제를 더는 방치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며 전담조직 해체와 사업추진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립중앙의료원은 올해 초 설치한 미래기획단에 역량을 집중해 자체 비전을 수립하고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한다는 계획이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 원장은 "그동안 국가중앙병원 건립 사업 중요성을 감안해 가능한 현실적인 안을 수용하고자 노력해왔으나 더는 어떻게 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보건복지부부터 새로 발견된 객관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책임 있는 자세로 신속하게 정책 취지에 맞는 대안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이전사업 중단을 선언하자 복지부는 "사업이 지연된 건 사실이나 현 상황에서 전면 중단됐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며 "앞으로도 서울시와 협의를 계속해 최적의 해결방안을 찾아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