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수납원 직접 고용해도 수납업무는 못맡겨"…대법원 판결에도 노조와 갈등 심화

톨게이트 수납원들의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패소한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들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직접 고용 시 수납업무를 맡길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소송을 제기한 수납원들과의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은 9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법원 판결 이후 요금수납원 고용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그동안 불법 파견이 지속된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소송 근로자들에게 어떤 업무를 부여할 것인지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이번 판결로 인해 이미 자회사 전환에 동의한 수납원을 제외한 499명에 대해 고용 의무가 생겼다고 판단했다. 이 사장은 “이들 중 공사 직접고용과 자회사 전환 등 개별적으로 고용방식 의사를 확인 후 직접 고용 대상인원을 확정하겠다”며 “자회사로 간다면 수납업무를 할 수 있지만, 본사에선 버스정류장과 졸음쉼터 환경정비를 하는 현장 조무직무에 배치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본사 직접 고용 시 수납원 업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로공사는 지난 7월 수납업무를 전담하는 자회사 한국로도공사서비스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이날 도로공사 톨게이트 노조원들 100여명은 세종청사 출입구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회사 측이) 직접 고용 방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안 되는 이유와 방법만 찾고 있다”며 “꼼수 없는 직접 고용으로 대법원 판결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367명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공사가 요금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본 원심을 확정했다. 수납원들은 과거 직접 고용돼 있었지만, 점차 외주화를 확대했다. 수납원들은 도로공사와 통행료 수납업무 용역계약을 체결한 외주사업체 소속으로 통행권 발행‧회수와 수납업무, 하이패스 관련 업부, 미납차량 적발업무 등을 수행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