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수단 군부 지지 'SNS 작전' 조명 페이스북 가짜계정 삭제로 노출…"이집트·UAE 정부 연계 의혹"
지난 6월 수단 군인들이 민주화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며칠 뒤, 이집트 카이로의 한 디지털 마케팅 회사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수단 군부를 지원하는 '키보드 전사들'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전직 군인 출신의 자칭 '인터넷 전쟁' 전문가가 운영하는 이 회사는 한 달에 180 달러(22만 원)를 주고 채용한 사람들에게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등에 가짜 계정을 만들어 수단 군부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작성하도록 했다.
회사 측이 이들에게 제시한 메시지는 지난 4월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 축출 이후 수단에서 시위대가 혼란을 야기했다거나 그들의 민주주의 요구는 시기상조이고 위험하며, 질서가 회복돼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전쟁 중이다", "안보가 취약하다. 지금은 군대가 통치해야 한다"는 선전전 포인트가 이 회사 직원들에게 제시됐다.
그러나 '뉴웨이브스'(New Waves)라는 이름의 이 회사는 수단 군부 지지 캠페인을 넘어 최소 9개국의 중동 국가와 북아프리카 국가들에서 훨씬 큰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이스북이 지난달 1일 이집트의 뉴웨이브스와 아랍에미리트(UAE)에 있는 비슷한 이름의 관계사가 운영하는 수백 개의 가짜 계정을 폐쇄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들 회사의 은밀한 활동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두 회사는 자금과 속임수, 가짜 계정을 활용해 1천400만명의 페이스북 팔로워와 수천 명의 인스타그램 이용자를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한 인터뷰에서 이집트와 UAE 정부가 이 작전에 연계돼 있다는 충분한 증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NYT는 두 나라 정부가 뉴웨이브스와 연계돼 있다는 암시들이 많다고 전했다. 우선 뉴웨이브스 소유자인 암르 후세인은 장기 집권의 길을 열어놓은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의 지지자로 엘시시의 가혹한 인터넷 자유 탄압을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또 뉴웨이브스가 발신하는 메시지는 이집트와 UAE, 사우디아라비아의 대외정책 목표가 반영돼 있다고 NYT는 이 회사에 대해 잘 아는 익명의 소식통 4명을 인용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