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최선희 "9월 하순 대화하자"…북미 실무협상 재개 제안

"'새 계산법' 가져오길…또 '낡은 각본'이면 북미거래 막 내릴 수도"
美 유화적 메시지 수용한 듯…"美 고위관계자 공언 유의했다"
한미군사연습 등을 문제 삼으며 미국과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미뤄온 북한이 이달 하순에 대화할 의향을 밝히고 미국에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나올 것을 요구했다.대미 협상 핵심인 북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9일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9월 하순경 합의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미국측과 마주 앉아 지금까지 우리가 논의해온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토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최 제1부상은 "나는 미국측이 조미(북미)쌍방의 이해관계에 다 같이 부응하며 우리에게 접수 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미국측이 어렵게 열리게 되는 조미실무협상에서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최 제1부상은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는 지난 4월 역사적인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며 올해 말까지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하시었다"면서 "나는 그사이 미국이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계산법을 찾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그러나 2∼3주 내로 대화가 시작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북한은 한미군사연습과 미 당국자의 인터뷰 발언 등을 구실로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며 대화 테이블에 앉기를 거부해 왔다.리용호 외무상은 지난달 23일 "미국이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라고 비난했고, 최 부상도 지난달 31일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경고하는 등 북한은 최근까지도 미국과 신경전을 이어왔다.

이날 최 부상 담화에서 감지되는 북한의 태도 변화는 최근 미국의 유화적 제스처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 당국자들은 최근 공개 발언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각종 '당근'을 제시하며 대화를 거듭 제안했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6일 인터뷰에서 "모든 나라는 스스로를 방어할 주권을 갖는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안전 보장을 제공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같은 날 강연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교환해 주한미군 주둔을 감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전략적 재검토'도 할 수 있다며 여지를 뒀다.

이런 발언이 미국과 협상에서 다시 빈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북한의 우려를 어느 정도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최 제1부상은 "나는 미국에서 대조선협상을 주도하는 고위관계자들이 최근 조미실무협상 개최에 준비되어있다고 거듭 공언한 데 대하여 유의하였다"고 밝혔다.

북한은 아직 '새로운 계산법'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거듭된 미사일 발사실험 명분으로 한미군사연습과 한국군의 미국산 무기 도입을 문제 삼은 점을 고려하면 실무협상에 다양한 안전보장 문제를 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실무협상에는 수십년간 대미 문제를 다뤄온 '미국통'인 김명길 전 베트남주재 대사가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마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