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픽 보증수표? 유튜브 단골손님 된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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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자극적 콘텐츠 업로드
사실확인 보다 '시선끌기'에 집중
가짜뉴스 난무에 네티즌도 '눈살'
"이제 전쟁이다. 조국 특검 가자"
"조국이 밀어준 여배우는 누구?"
"조국 딸 고소왕 강용석에 고소선빵 때렸다"
"조국 딸 돼지가 되고 있다봉가"
이는 한 보수성향 인기 유튜브 채널의 콘텐츠 제목, 썸네일 내용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국민적 관심이 쏟아면서 이처럼 조회수를 겨냥한 '시선끌기' 용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일부 채널에서는 조국 장관에 대한 자질 검증이나 사실관계 파악이 아닌 신상털기식의 자극적인 정보만을 제공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들은 채널의 유입량을 높이는데 혈안이 돼 각종 허위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찍어내고 있다.
10일 유튜브 개인크리에이터들은 조 장관 임명에 불만을 드러낸 콘텐츠들을 대거 업로드했다. 유튜브 채널 '조국TV'는 조 장관을 비방하는 콘텐츠를 세차례 연달아 게시했다.
'극혐(극단적으로 혐오스럽다)', '죽은 아버지 팔아먹어' 등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하면서 개인의 견해를 여과없이 드러냈다.
해당 채널은 조 장관 딸 조모(28)씨에 대한 영상을 올리며 실명과 얼굴을 그대로 노출하며 무차별적인 폭언을 쏟아냈다. 한 개인 채널은 '사모펀드'와 관련한 키워드를 악용해 확인되지 않는 투자정보를 공개해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이 유튜버는 조국 펀드와 유사한 형태의 사모펀드를 운영 중이라며 특정 페이지로 사람들을 유인했다. 광고성 콘텐츠를 더해 상위에 노출되던 이 콘텐츠는 현재 삭제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조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를 전하는 사례도 발생했다.유튜브 채널 '연예부장 김용호'가 게재한 '조국이 밀어준 여배우는 누구?'라는 영상에는 조국이 후원하는 여배우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배우 이름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남편이 부산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여러가지 정황을 언급해 배우 김성령이 '조국 여배우'로 지목되게끔 했다.
그러자 김성령 측은 이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면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자에 대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명예훼손 등 혐의로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유튜버는 '조국 여배우 녹취 공개(+조국 동생 칠성파 연루 의혹)'이라는 영상을 통해 조국 장관과 특정 여성이 불륜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라이브에서는 음성변조된 한 여성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별도의 후원계좌를 컨텐츠에 표출해 구독자들로부터 송금을 받거나 라이브 방송을 하는 동안 '슈퍼챗(아프리카의 별풍선) 후원금'을 받는 사례도 빈번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치성향의 유튜브는 날로 과격한 양상을 보이며 자극적인 제목들로 시청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문제가 되는 점은 개인채널이 많은 유튜브 생태계 특성상 정보 각각의 진위여부를 구분하기 힘든데다 콘텐츠의 각색, 재가공이 쉽다는 것에 있다. 이같은 구조는 정치 성향에 따라 가짜뉴스를 유통하거나 확증편향의 문제 등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이용자는 이같은 행태에 대해 "유튜브가 뉴스 다양성 측면을 만족해주지만 더러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올라와 당황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뉴스의 출처를 거슬러왔더니 유튜브였다"고 말했다.일부 네티즌들이 정치 뉴스를 유튜브 채널에서 소비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도 문제로 대두됐다.
지난달 한국방송학회가 진행한 리서치결과 국내 유튜브 이용자들은 정치정보를 얻기 위해 가장 많이 보는 미디어로 지상파 방송에 이어 개인 유튜브 채널을 지목했다.
일부 개인 채널은 보도의 공익성과 객관성 등이 갖춰져 있지 않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시간별로 기록되는 검색엔진과 달리 조회수가 높은 콘텐츠가 상위에 배치되는 점도 이같은 경향을 부추길 수 있다.
'채널 조회수 =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라 유튜브 채널이 트래픽 유발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한 유튜브 이용자는 이같은 행태에 대해 "제목과 상반되는 콘텐츠가 많다. 콘텐츠 조회수가 높아 들어왔더니 가짜뉴스에 가까웠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이용자는 "관련 콘텐츠가 너무 많아 어떤 콘텐츠를 봐야할 지 선택의 폭이 오히려 줄어드는 것 같다"고 피로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로 이동하는 시청자의 흐름은 막기 어렵다. 최근 유튜브는 20-30대의 젊은 세대들이 소비하는 미디어가 아닌 전국민적인 미디어 플랫폼으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유튜브 이용자 중 40대 이하연령의 시청시간 비중은 68%이며, 2014년 기준 3%에 불과했던 60대 비중은 4년 만에 11%로 성장했다.
한상혁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9일 취임식에서 "의도된 허위조작 정보와 극단적 혐오표현은 국회에 발의된 법안과 여론을 종합해 국민이 공감할만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가짜뉴스 대책 마련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부터 유튜브 경영을 맡아온 수잔 보이치키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는 "유튜브 본질은 개방형 플랫폼"이라며 다소 공격적이거나 논란이 많은 콘텐츠가 있더라도 개방성과 다양성은 최대한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다양한 범위의 관점은 궁극적으로 사회를 더 강하고 풍부하게 한다"며 "개방성을 유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할 뿐 아니라 책임 있는 공동체를 이루는 방법"이라고 했다.
유튜브는 컨텐츠의 팽창과 함께 이용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불법·허위 콘텐츠가 크게 늘어나는 부작용을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미국, 유럽 등 각국 규제당국은 이미 유튜브에 제재를 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튜브가 특유의 개방성을 지키면서 규제당국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 관심이다.일각에서는 유튜버가 자신의 콘텐츠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도, 유튜버 개개인에게 자체 검열을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유튜브가 공익적 플랫폼으로서의 사명을 인지하고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신은동 한경닷컴 인턴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