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쓰러지고 가을장마에 짓무르고…복구 구슬땀

육군 31사단 피해 농가 지원, 또 비 소식에 작업 차질 우려
태풍이 할퀴고 간 들녘에서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는 복구 작업이 야속한 '가을장마' 탓에 뒤늦게 시작됐다.10일 전남 나주시 농경지 50여곳에서 육군 31사단 장병이 태풍 피해 농가를 찾아 벼 세우기 작업을 도왔다.

막대한 피해를 남긴 태풍은 빠른 속도로 물러갔지만, 장마 같은 비가 이틀간 이어지면서 농민들은 복구에 손을 대지 못했다.

백마지기의 논농사를 짓는 정금순(60) 씨는 "태풍이 지나가고 나서 비스듬히 쓰러져 있던 벼가 이틀간 비를 맞더니 아예 전부 누워버렸다"고 말했다.
포개진 상태로 비까지 흠뻑 맞은 벼에서 수확할 수 있는 알곡은 많지 않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아 풍수해보험을 충분히 가입하지 못한 정씨는 그나마라도 건져내려고 비가 그친 이날 남편과 단둘이 들녘으로 나섰다.

정씨 부부는 생각지 못했던 군 병력이 일손을 보태려 찾아오자 "울고만 싶다"며 고마움과 미안함, 낙담과 희망이 교차하는 심경을 드러냈다.태풍 피해 복구에 나선 31사단 기동대대 나병호 대위는 "현장에 도착해보니 이 넓은 곳에서 부부 두 분이 벼를 세우고 있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대원들 대부분 농사를 지어보지 않아 일이 서툴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1사단 장병들은 나주뿐만 아니라 진도 금갑해수욕장에서도 바닷가로 떠밀려온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힘을 보탰다.

11일에는 광주, 여수, 구례, 순천, 화순, 담양에서 쓰러진 벼 세우기와 낙과 수확, 환경 정화 등 복구를 이어갈 예정이다.전남에서는 6천여㏊에 달하는 농경지가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피해를 봤다.

11일 남하하는 정체전선 영향으로 전남에는 다시 비가 내릴 것으로 보여 복구 지연과 차질이 우려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