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같이 키웠는데…피해 복구에 추석도 잊은 배농장

농장주들 "농작물 재해보험 자기부담금 20% 달해…큰 도움 안돼"

"낙과 줍느라 추석 명절은 꿈도 못 꾸네요. "
10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월곡동 A씨의 배 농장.
배나무 아래 떨어진 낙과를 줍는 농장주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흰색 봉지에 싸인 배는 어림짐작으로 절반은 나무에 달려 있었지만, 족히 절반은 바닥에 떨어진 것으로 보였다. 농장주 A씨는 상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허리를 굽혀, 자식같이 키워 온 배를 박스에 옮겨 담으면서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A씨는 "6천여평(2h) 되는 과수원에서 낙과는 50% 정도 되는 것 같다"며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은 했지만 피해 보상금 중 자기부담금이 20%에 달해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촉성제를 쓰지 않고 자연 숙성 시켜 완전히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으로 배를 키워 추석 때는 출하하지 않고, 10월 이후 완숙하면 수확해뒀다가 다음해 설 즈음 출하한다. 올해는 덜 익은 배가 절반이나 떨어져 내년 출하가 걱정이다.
비슷한 시각 안성에서 3천평(1h)짜리 배 과수원을 한 지 20년 된 B씨는 이 정도로 큰 피해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한다.

비교적 지대가 높은 곳에서 배 농장을 하다 보니 비보다 바람이 심했던 이번 태풍에 속절없이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B씨는 "전체의 40%가량 낙과한 것 같다"며 "과수원 옆에 한 아파트 공사장이 담을 쳐놔서 바람이 과수원으로 집중되는 데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낙과를 주워야 하는데 명절 때라 사람을 못 구해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추석은 명절 기분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태풍 복구에 바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성시 일죽면 또 다른 배 농장에서는 낙과 줍는 작업이 한창이다.
이 농장은 낙과 피해가 30%에 달했다.

농장주 C씨는 "우리 과수원에선 바깥쪽부터 안쪽 순서로 수확해 출하하는 데 이번 태풍에 주로 바깥쪽 배가 많이 떨어져 당장 출하할 물량이 없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태풍에 피해를 본 농장주 대부분은 농작물 재해보험에 들었지만 10∼20%에 달하는 자기부담금과 소극적인 낙과율 계산방식 탓에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번 태풍에 과수 피해가 컸던 평택과 안성시에서는 피해 내용 신고를 접수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안성시에 집계된 피해 내용은 배 농장 905h 가운데 630h로, 피해율은 30%로 추산된다.

평택시는 배 농장 376h 중 92h가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안성시 관계자는 "현재 피해 농가를 대상으로 정확한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가 완료되면 피해와 관련된 재난지수를 수치화해 이에 맞는 복구비 또는 생계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