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 '자금력' vs 애경 '사업 경험'…아시아나 인수 '2强 2弱' 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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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인수 4파전 압축아시아나항공의 적격 인수후보(쇼트리스트)가 공개된 가운데 인수전은 애경그룹과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간 2파전으로 압축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이다. 하지만 KCGI, 스톤브릿지캐피탈 등 재무적 투자자(FI) 두 곳이 어떤 전략적 투자자(SI)와 손잡느냐에 따라 판도가 뒤집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1월 중 우선협상자 선정
애경, FI로 IMM에 컨소시엄 타진
자금력 열세 만회 전략
이들 후보는 다음달 말까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실사를 거쳐 본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다음달 말께로 예상되는 본입찰 결과에 따라 11월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될 전망이다. 매각 측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인수 의지 강한 애경그룹
애경그룹은 가장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되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곳도 애경그룹이었다. 창업주 고(故) 채몽인 사장의 장남 채형석 AK홀딩스 총괄부회장이 인수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1위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을 운영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자산 규모 4조2600억원 수준의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함께 인수할 FI로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과 접촉 중이다. 국내 3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IMM과 손잡는다면 자금력의 열세를 단숨에 만회할 수 있다.애경그룹은 FI에 소수지분만 인수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조달 복안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성공하면 화학 관련 계열사 및 보유 부동산 등 핵심자산을 매각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HDC현대 컨소시엄, 자금력 탄탄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 브랜드로 유명한 부동산 건설회사다. 자산규모는 4조4100억원 수준으로 애경그룹과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부채비율이 114%로 낮고 A+ 수준의 신용등급(나이스신용평가)을 보유하고 있다.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78학번)이 먼저 고려대 경영학과 후배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80학번)에게 아시아나항공 공동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는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분리(금산분리) 규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지배 주주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컨소시엄의 최대 장점은 ‘실탄’이다. 미래에셋대우의 순자본비율(NCR)은 2046%(상반기 말 기준)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도 1조1773억원으로 넉넉한 편이다. HDC현대산업개발로서도 면세점 사업 등과 시너지를 노려볼 수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에야 인수전 참여를 결정했다. 실사 후 아시아나항공의 매력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하면 인수 의사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KCGI·스톤브릿지, 누구 손 잡을까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대한항공의 지주회사 한진칼의 2대주주다. 조원태 회장 일가와 경영권 분쟁을 벌여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KCGI가 인수전 참여를 선언했을 때 한진칼 2대주주로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 실사가 목적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인수 자금을 모집할 여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강성부 대표는 이런 우려를 의식해 예비입찰 때 펀드에 참여할 출자자(LP)의 의향서(LOI)를 다수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계 뱅커스트릿 PE는 그중 하나다. 조만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주관사도 선정할 예정이다. 경쟁력 있는 SI를 유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다크호스’로 꼽히는 스톤브릿지캐피탈 역시 SI를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톤브릿지는 SK그룹, 애경그룹 등과 거래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쌓았다. SK그룹의 부인에도 스톤브릿지 컨소시엄에 SK의 깜짝 참여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이유다. 애경그룹이 손잡기 위해 검토하는 FI 중 스톤브릿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스톤브릿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관심이다.
이상은/임현우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