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개인 맞춤형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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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은 < 서울대 의대 교수 brainkimm@hanmail.net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우리 일상에는 이미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의 산물인 초연결, 초지능, 초개인화가 펼쳐지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연결돼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 유통, 소비 전 과정이 서로 연결되고 지능화된다.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삶의 편리함이 극대화된다. 연결성과 지능화는 초개인화로 이어지고 제품과 서비스가 개인맞춤형으로 변하고 있다. 콘텐츠, 정보, 학습, 광고, 마케팅, 모빌리티 등에서 의식주에 이르기까지 개인맞춤형이 대세다.
의료에도 개인맞춤형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른바 정밀의료다. 정밀의료란 유전체 정보, 의료 임상정보, 생활습관 정보 등 개인 건강정보를 활용해 최적의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보건의료 패러다임을 말한다. 즉, 똑같은 질병의 환자라 하더라도 똑같은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개인이 갖고 있는 독특한 생물학적 조건, 생활환경, 생활습관 등을 토대로 개인맞춤형 치료법을 적용하는 것이다.정밀의료는 질병의 예측과 예방, 조기진단 등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암 발생률을 높이는 BRCA1 유전자 변이를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은 것이 정밀의료의 생생한 실례다. 애플 설립자 스티브 잡스가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으로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정밀 핵의학 치료를 받은 것도 정밀의료의 결과다. 암 환자의 종양을 이식한 실험용 쥐, 이른바 ‘아바타 쥐’에서 다양한 항암제의 효과를 시험해 가장 잘 듣는 약물을 선택하는 맞춤형 정밀 항암치료도 정밀의학의 산물이다. 정밀의료는 보건의료 패러다임의 획기적인 변화와 함께 궁극적으로는 의료의 질 향상과 의료비 절감을 가져올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초개인화는 우리 삶의 질, 편리성, 효율을 향상시키는 반면 훈훈하고 정다운 인간관계를 단절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어느새 우리 사회에 혼자서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혼밥’, ‘혼술’ 문화가 널리 퍼져 있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전체 가구 수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8.6%나 됐고 내년에는 30%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언론 보도를 보니 성인 다섯 명 중 한 명은 추석 연휴를 홀로 보낼 ‘혼명족’(혼자 명절을 보내는 이들)이라고 한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모든 이들이 혼밥, 혼술, 혼명을 벗어나 가족, 친지, 동료와 따뜻하고 훈훈한 정을 나누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