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헛바퀴 돌린 '9·13 부동산대책' 1년…시장 이기는 정부 없다

수급 외면한 세제·금융 규제로 시장 왜곡…'쏠림' 심화
'분양가 상한제' 문재인 정부 아홉번째 조치…효과 고민해야
‘9·13 부동산대책’이 나온 지 1년이 됐지만 주택시장은 여전히 안정적이지 못하다. 문재인 정부가 여덟 번째로 내놓은 집값 대책이었는데, 제대로 효과를 냈다고 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서울 일부 지역의 집값은 더욱 올라 양극화가 심화된 데다, 신규물량 부족으로 8월 이후 전세가격도 꿈틀거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9·13 대책은 세제와 금융을 중심으로 강력하고 촘촘한 정부 대응책이 두루 망라된 것이었다. 종합부동산세 및 1주택자 양도소득세 강화, 강력한 대출 규제, 호가(呼價) 담합 엄정 대처, 자금출처 세무조사 확대 같은 내용을 돌아보면 말 그대로 ‘종합대책’이었다. 정부가 유도해왔던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전환’ 정책에서는 세제혜택을 확 줄여 “정책이 일관성을 잃었다”는 비판까지 받으며 인위적으로 수요 억제에 총력을 기울였다.공급 확대 계획도 없지는 않았다. 3기 신도시 계획이 9·13대책 때 발표된 ‘수도권 내 공공택지 공급 확대’ 방안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도 수요는 분산될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서울 안 특정지역으로 쏠림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앞서 정부가 정책으로 조장해 온 이른바 ‘똘똘한 한 채 보유 전략’의 파장이 그만큼 컸다.

무엇이 부동산시장을 계속 불안하게 하고 있는가. 지금쯤 정부는 9·13대책은 물론 현 정부 집권 이후 일련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검증 리스트’를 만들어 성과와 부작용을 종합 점검해보기 바란다. ‘관변 전문가’들을 배제하고 객관적 검증팀을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 침체에 빠져든 경기와 저금리 파장까지 두루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시장 친화적 정책이어야 한다. 시장이 만능은 아니고, 국지적으로나 일시적으로 ‘시장의 오류’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보복형 세제, 무리한 수요 억제, 과잉행정, 재산권 행사를 막는 금융규제 같은 거친 정책을 보면 ‘정부의 오류’ 문제가 심각하다. 시장친화적 정책이 좀 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집값에서도 같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충실하면 “공급을 막아 정부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비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집값에 대한 한국인들의 지나친 관심도 정부 선택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서울 특정지역 집값이 지방 각지까지 관심사가 되는 것은 어느 모로나 상식적이지 않다. 선거철이 될수록 “고가주택을 잡아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은 가중될 것이고, 정책적 헛발질도 더 커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주택정책은 그런 압력을 떨쳐내고 중장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등록금 동결로 인한 대학의 부실화,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압력이 빚어낸 업계의 혼란, 통신요금 개입에 따른 서비스질 저하와 통신회사 신용강등 위험 같은 사례가 보여주는 대로다. 과도한 시장개입은 시장의 왜곡과 소비자 후생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판에도 정부는 민간택지에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가격 개입에 나서겠다고 벼른다. 하지만 내성이 강해진 부동산시장 분위기는 사뭇 냉소적이다. 이를 아홉 번째 대책이라며 칼을 빼고도 집값이 불안정하면 열 번째 대책은 거래허가제라도 하겠다고 할 텐가. 시장을 억누르면 시장의 보복이 뒤따른다. 그 피해는 실수요자들에게 쏠린다는 게 치명적 함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