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참변' 영덕 오징어가공업체에 악취만 가득

경찰 "폐수처리장은 전문업체 맡겨 처리해야"…유족 망연자실
10일 오후 경북 영덕군 축산면 영덕경찰서 축산파출소에는 외국인 여성 서너명이 모여 눈물을 짓고 있었다. 이들은 모국어로 서로 얘기하며 한숨을 내쉬거나 울음을 터뜨렸다.

이들 여성은 이날 영덕군 축산면 한 오징어가공업체에서 일하다가 숨진 외국인 노동자 가족이나 지인이다.

사고는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오징어가공업체의 폐수처리장을 청소하기 위해 업체 직원들이 들어가면서 발생했다. 사고 업체는 오징어 내장을 빼낸 뒤 씻어 건조장에 납품하는 곳이다.

한국인 사장과 공장장, 외국인 노동자 8명 등 10명이 근무한다.

베트남인 1명은 지난해 10월부터, 나머지 태국인 3명은 지난해 12월부터 이 업체에서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업체는 설립한 지 21년이 됐고 8년 만에 폐수처리장을 청소하기 위해 작업을 벌였다고 한다.

그러나 폐수처리장에는 악취가 심한 폐수와 찌꺼기가 쌓여 있었고 성분이 밝혀지지 않은 가스가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도 사장과 외국인 노동자 4명은 지하 폐수처리장을 청소하기 위해 모였고 이중 한명이 먼저 지하 탱크에 들어갔다. 지하 탱크는 3m 깊이로 좁아 여러 명이 한꺼번에 들어가기 어렵다.

그러나 먼저 들어간 직원이 금방 쓰러졌고 이를 본 다른 3명이 구조하기 위해 차례로 들어갔다가 다시 쓰러졌다.

이를 본 사장이 119에 신고했다.

10일 오후 7시 현재까지 쓰러진 외국인 노동자 4명 가운데 3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다.

이들은 폐수처리장을 청소하려고 나올 때 아무런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았다.

또 관리 책임이 있는 사장은 전문업체에 처리를 맡기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폐수처리장 청소는 전문업체에 처리를 맡겨야 한다"며 "전문업체였다면 가스가 있는지 측정하고 보호장구를 착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 이후 현장과 가까운 축산파출소에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으며 통역사를 불러 유족이나 중태에 빠진 외국인 노동자 가족에게 사고사실 알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3명 중 2명은 가족이 같이 있고 나머지 1명과 부상자 1명의 가족은 모국에 있다"고 전했다.

사고가 난 이후 3시간여가 지난 뒤 현장을 찾았을 때는 아직도 독한 악취가 주위에 풍겼다.

경찰과 소방당국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관계자도 현장에 나와 사고 경위를 조사했다.

한 주민은 "외국에서 돈 벌기 위해 한국까지 왔는데 추석을 며칠 앞두고 이런 변을 당해서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