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오징어업체 외국 근로자 질식사고는 인재…안전장비 미착용(종합2보)

동료 구하려다 참변…"사망자 등 지하 콘크리트 탱크에 엎드린 채 발견"
경찰, 회사 관계자 등 상대 작업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 조사
경북 영덕 한 오징어 가공업체에서 발생한 외국인 노동자 질식사고는 안전 규정을 무시한 인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 탱크의 오징어 찌꺼기가 부패하며 유해가스를 배출할 가능성이 크나 탱크에서 작업하던 노동자들은 밀폐 공간에서 보호 마스크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오후 2시 30분께 경북 영덕군 축산면 한 오징어 가공업체 지하 탱크에서 작업하던 외국인 노동자 4명이 쓰러져 이 가운데 3명이 숨지고 1명은 중태에 빠졌다.

이들 4명은 가로 4m, 세로 5m, 깊이 3m 정도의 콘크리트 구조로 된 지하 탱크에서 청소하다가 유해 가스에 질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장 관계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영덕소방서 측은 "탱크 안에는 오징어 내장 등 부패하는 물질이 30㎝ 정도 쌓여 있었고 근로자 4명은 엎어져 있었다"며 "구조 당시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다른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부패하는 물질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로 인해 4명이 질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아직 가스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1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현장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 당시 3m 깊이 지하 탱크에 한명이 청소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쓰러지자 나머지 3명이 차례로 구하러 내려갔다가 쓰러져 변을 당했다.

이 업체는 지하 탱크인 폐수처리장을 청소하기 위해 이날 노동자를 투입했다.

사고 탱크는 업체 마당에 땅을 파고 콘크리트로 제작한 것으로 오징어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를 처리하는 곳이다.

통상 폐수처리는 전문업체에 맡겨야 하지만 이 업체는 전문업체에 맡기지 않았고 노동자에게 보호 마스크 등 안전장비도 착용하도록 하지 않았다.

김정수 영덕경찰서 수사과장은 "전문업체에 맡겼다면 가스를 측정하고 보호장구를 착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보통 저장 탱크 안에서 작업을 하기 전 탱크 안 산소농도를 측정하는 것을 선행해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공기 내 산소 농도가 15% 미만이면 질식사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탱크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할 수 있는 송풍기 등 장비를 갖춰야 하고 이마저도 없다면 가스를 걸러줄 방독면을 착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사고가 난 곳이 어패류가공부산물을 저장하는 곳이라면 부패, 미생물 발효 등 이유로 유해 가스 발생했을 가능성 높다"며 "최근에 날씨가 무더웠기 때문에 미생물 발효가 더 빨리 진행됐을 것으로 본다"고 추정했다.
경찰은 수사전담반을 구성해 업주 등을 상대로 작업 과정과 작업 안전수칙 준수, 사전 안전조치 이행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외국인 근로자 4명이 업체 지시로 약 3m 깊이 저장 탱크에 청소하러 들어가 얼마 지나지 않아 쓰러졌고 이를 업체 측이 발견해 119에 신고한 것으로 파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