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街 대전망] 추석 후 세계경기 기상도…美 '흐림' EU·中 '맑음'

"글로벌 경기, 하반기 바닥 찍을 듯"
美 하반기 성장률 연 1%대 후반
유로·중국은 상반기 대비 '양호'
"신흥국은 '정책 대응'에 주목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올 하반기 글로벌 경기는 바닥을 찍고 반등에 나설 것으로 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완화책을 통해 경기부양에 힘을 쏟고 있어서다. 무역분쟁과 동시에 긴축재정이 압박했던 지난해 하반기와는 분명히 다른 움직임을 나타낼 것인데 '정책 대응'이 안전판을 제공할 것이란 분석이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국의 하반기 성장률은 설비투자 둔화와 소비지표 악화로 인해 연 1%대 후반을 기록, 상반기 대비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우 자체 유동성 확대에 힘입어 연 1%대 중반을 보이며 지난 반기보다 양호한 경기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도 유동성 확대 정책과 함께 내수소비 부양책 등에 힘입어 6%대 성장률은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업계는 내다봤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분석가)는 "하반기 세계 경기 흐름의 특징은 미국의 둔화와 미국 이외 지역의 약진으로 요약될 수 있다"며 "무역 분쟁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 확대로 소비와 투자는 일시적으로 둔화되겠지만 통화완화라는 큰 흐름이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지난 1분기(1~3월) 성장률은 높았지만 미국경제 기반인 가계소비의 둔화 추세가 뚜렷했다는 설명. 한화리서치센터는 "미중 무역갈등과 미국 내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기업투자도 부진해 2, 3분기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경기가 둔화 국면을 지나고 있지만 침체를 걱정할 수준으로는 보지 않고 있다. 연말로 갈수록 내년의 인프라 투자계획이나 이연된 투자 집행 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잇단 통화완화책 효과를 누리게 될 4분기 중 경기회복 가능성에도 미국의 성장률은 1%대 후반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유럽은 연초부터 실시한 유동성 확대 정책에 힘입어 하반기 견고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도 아직까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이탈리아 재정문제란 구조적인 '두통거리'가 남아있지만, 현시점에선 하반기 예고된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3)의 정책 효과가 더 클 것이란 진단이다. 중국의 경우 시장 우려보다 긍정적인 분석이 많다. 올 하반기 중국은 다양한 경기 방어 조치, 즉 통화완화, 재정확대, 내수진 작 등 조치들을 통해 6%대 성장을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4월과 5월에 연이은 부가가치세 인하와 양로보험률 인하에 대한 정책 효과가 점차 가시화되면서 하반기 경기의 하방 경직성을 높여줄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주식시장 역시 미중 관계의 개선 여부와 상장사들 펀더멘털 개선에 따라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 상해종합지수의 투자업계 예상밴드는 2700~3310포인트.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를 이미 시장에서 상당 부분 반영했기에 본토시장의 하방 경직성은 이미 확보됐다고 보고 있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히려 향후 개선될 여지가 있는 로컬(지역) 기업의 실적 변화를 모니터링하며 중국 주식을 저가 매수할 기회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정책효과와 기저효과가 겹치는 3분기를 전후로 상장사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신흥국의 하반기 경기흐름은 어떨까. 발빠른 '정책 대응'에 달렸다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고 경기 모멘텀(동력)이 둔화되는 단계에서 정부 정책을 통한 경기 방어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에는 신흥국 중에서 정책 대응 여력이 남아 있는 국가들에 주목해야 한다"며 "경기 회복을 위해 빠른 정책 대응에 나설 수 있는 국가들과 그렇지 못한 국가들의 차별화 국면이 예상된다"고 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