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인기 추석선물 'SPAM'과 스팸 메일의 관계는?

올해 국내 스팸 매출 4300억원 이상 전망
스팸 이름 뜻 두고는 다양한 해석 존재
생산 초기 과도한 광고 이미지가 스팸메일로 전이
사진=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의 인기 햄 '스팸(SPAM)'이 설이나 추석 때 지인들에게 전하기 좋은 선물 세트로 자리잡으면서 매해 명절마다 최고 매출을 경신하고 있다.

14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스팸의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6년 3000억원, 2017년 3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4100억원 규모로 커졌다. CJ제일제당은 1987년부터 미국 호멀 푸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스팸의 생산과 유통, 판매를 맡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스팸이 최소 4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측은 스팸 선물세트의 인기 요인으로 실용성, 다양한 제품 구성, 프리미엄 이미지 등을 꼽고 있다.

스팸은 우리나라에서 '밥 도둑'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지만 출발은 1937년 미네소타 주 오스틴에 위치한 '호멀 푸드(Hormel Foods)'에서 시작됐다. 당시 사장이었던 제이 호멀(Jay Hormel)은 자사의 주력 상품 '돼지고기 넓적다리 햄'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인 어깻살 처리를 놓고 고민에 빠진 상황이었다. 어깻살은 뼈를 분리하는 과정이 까다롭고 잘 팔리지도 않아 처치가 곤란한 부위였기 때문이다.

호멀은 어깻살을 통째로 갈아 통조림으로 만들었고 그렇게 탄생한 스팸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맛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 출시 4년 만에 1만8000t의 판매량을 달성하면서 호멀 푸드의 대표 상품으로 등극했다.
스팸 개발자 제이 호멀(Jay Hormel) [사진=유튜브 캡처]
스팸이라는 이름의 뜻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미군에 납품되면서 '군인들을 위해 특별히 가공한 육류(Specially Processed Army Meat)'라는 설도 있고 '돼지의 어깨(Shoulders of Pork And Ham)', '남은 고기(SPAre Meat)', '고기 흉내를 낸 것(Something Posing As Meat)', '양념된 햄(Spiced Pork And Ham)' 등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졌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은 없다.

세계적으로 스팸이 보급된 계기는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당시 미군은 물론 영국을 비롯한 우방국에 지원되는 물자에 스팸이 포함됐던 것이다. 스팸은 군수물자로서 가장 중요한 장기 보관이 가능했고 가격이 저렴해 대량 보급이 용이했다. 게다가 맛도 좋아 야전 장병들의 식사를 통한 사기 진작에 큰 영향을 끼쳤다.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등 미군이 가는 전장마다 언제나 스팸이 따라다녔고 지금도 주요 소비국은 미군이 주둔하거나 주둔했던 나라라는 특징이 있다.한국전쟁 당시 남한에 주둔한 미군들도 스팸을 먹었고 한국인들이 미군을 따라다닐 때마다 때마다 초콜릿과 함께 스팸을 나눠줬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의정부 부대찌개의 스팸이 유명해진 것도 의정부 미군부대에서 기인했다는 설이 있다.

미국 본토에서는 스팸을 가난한 사람들이나 먹는 '싸구려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고급스런 식재료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호멀 푸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영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스팸 소비국이다. 영국 BBC는 2013년 9월 19일 보도한 "왜 스팸은 한국에서 고급스러운 음식일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스팸 소비국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스팸 메일의 어원 역시 이 스팸에서 따왔다. 호멀 푸드는 스팸을 처음 출시하면서 광고에 엄청나게 많은 투자를 했다. TV만 틀면 스팸에 관한 정보가 지나치게 많았을 정도라고 전해진다. 당시 미국인들은 이것을 두고 '원치 않는 공급 과잉'이라고 불렀고, 90년대 초 이메일에 대량의 광고 메시지가 퍼지면서 네티즌들은 '원치 않는 공급 과잉'의 스팸 기억을 떠올렸다. 이때부터 스팸은 쓸데없는 이메일 광고 메시지를 뜻하게 됐다.업계 관계자는 "스팸에 대한 재밌는 스토리를 모르는 소비자들이 대다수 일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스팸이 선물세트로 각광받는 이유는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선물이 아니기도 하고 밥과 잘 어울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다연 CJ제일제당 캔푸드팀장은 "스팸 선물세트는 매년 두 자릿 수 이상 성장하며 캔햄 시장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며 "스팸 브랜드의 연 매출 중 60%가량이 선물세트에서 발생되는 만큼 본격적인 추석 선물세트 판매 기간 동안 영업,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초기 스팸 제품(상) / 호멀 푸드 로고(하) [사진=유튜브 캡처]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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