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보다 치열한 '아이돌 작곡'의 세계를 아시나요?
입력
수정
수입 편차 큰 작곡가…실력이냐 vs 운이냐지난 3월 작곡가 유재환이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해 신곡 영업을 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모두들 재미있어 했지만 현업에 종사중인 한 작곡가 A씨는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현업 작곡가 “작곡 생태계는 완전 경쟁시장”
당시 방송에서는 유재환이 신곡을 팔기 위해 인기 가수들을 직접 찾아가 자신의 곡을 사달라고 조르고 애교 섞인 춤사위까지 곁들이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A씨는 "유재환의 경우는 상황이 좀 나은 편이다"라며 "안면이 있는 인기 가수들을 직접 찾아가 자신의 곡을 사달라고 어필할 기회라도 있지 않나. 평범한 작곡가들은 꿈도 꾸기 어려운 기회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네임드'(named, 인지도 있는) 작곡가들조차도 음반 기획사의 곡 선택에서 낙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A씨는 "1년에 수 억을 벌어들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 푼도 못 받는 사람이 허다한 시장이 바로 여기다"라고 말한다.
방탄소년단(BTS)이 세계를 휩쓸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동안 그들의 프로듀서 피독(본명 강효원)은 지난해 음악 저작권료를 가장 많이 받은 작곡가가 됐다. 이렇게 주목받는 작곡가가 아니더라도 현업 종사자들은 연봉 1억이 넘는 작곡가가 꽤나 많다고 입을 모은다.하지만 작곡가마다 수입 편차가 크다는 게 문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아이돌의 세계. 창작자들의 피나는 노력과 눈물의 산물로 선보여지지만 담금질 끝에 탄생한 탄생한다 해도 '잘 팔리는' 일은 극히 소수다.
작곡 시장에 대해서 이해하려면 우선 음반 제작 과정을 알아야 한다. 대부분 작곡가의 경우 소속사의 음반 기획 및 곡 수집을 담당하는 소속사 Artist&Repertoire(A&R)부서를 통해 ‘리드’를 받아 작업을 한다.‘리드’는 일종의 기획안이다. 리드에는 특정 아티스트가 추구하는 콘셉트와 레퍼런스까지 담겨있다. 이를 활용해 작곡가는 곡 작업을 진행한다. 믹스와 마스터링까지 거치는 등 거의 완전한 수준의 데모를 만들어서 A&R 부서에 다시 보낸다.
그 후 회사 측에서 '리드에 적합한 곡이다'라는 판정을 받으면 해당 작곡가의 곡 매매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 후 작사가가 노래 가사를 만든다. 녹음 일정이 잡히면 해당 작곡가가 나서서 아이돌들의 녹음 디렉팅을 지도한다. 그리고 믹싱과 마스터링을 프로 엔지니어가 해주면 정식 발매가 된다.최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에 따르면 저작권협회에 가입한 회원은 최근 3년 기준 꾸준히 증가했다. 2016년 24,249명이었더니 2년 새 6000명 이상 늘었다. 한음저협의 저작권사용료 징수와 분배를 봐도 역시 지속적 오름세다. K-POP의 흥행에 맞춰 아이돌 작곡가 역시 그 수가 증가해오고 있다.문제는 작곡가끼리 경쟁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아이돌 노래의 경우 흥행에 있어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컴백 시기, 콘셉트, 회사 마케팅, 발매 당시 인기 있는 장르 등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맞아떨어져야 작업이 가능하다. 치열한 경쟁 속 정식 발매가 되더라도 다음 작업이 보장된 게 아니기 때문에 작곡가는 안주할 수 없다.
음반 제작 과정과 유통은 완전 경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작곡가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업 아이돌 작곡가 B씨는 한경닷컴과 인터뷰서 “(주위의 작곡가들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두 엄청 열심히 하고 있다”며 “아이돌 측에서도 연차가 높고 실력이 입증된 작곡가들하고만 작업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이렇다보니 작사 작곡에 막 입문한 신입 음악인들은 정식 작가로 입봉하기 위한 길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일각에서 "결국 인맥이 좌우하는 것 아니냐?"라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리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인맥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요소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실력 즉 작곡가 작업물의 품질이라고 강조한다. ‘히트곡 제조기‘라고 불리는 작곡가 김도훈 씨는 “친하다고 유명하다고 해서 무조건 그 사람과 일하진 않는다”며 “가수의 인생이 달린 문제기 때문에 곡의 퀄리티가 좋다면 신인이건 고등학생이건 어느 것도 문제삼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인턴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