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베, 극우 전면배치…'전쟁가능 개헌·역사 다시쓰기' 가속

최측근 하기우다·세코 등 중용…'아베 비판' 이시바파는 철저히 배제
'친정체제' 구축해 개헌 포진 갖추고 對韓 강경파로 '반한내각' 꾸려
'망언' 논란 빚으며 역사 왜곡 주도한 인물들이 내각·자민당 '점령'
'젊은피' 고이즈미 기용했지만 회전문인사…'친구내각' 비판 거셀듯
11일 일본 정부가 확정한 개각과 자민당 간부 인사의 특징은 '역사 다시 쓰기'로 집약된다.극우 성향이 강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최측근 인사들을 대거 중용해 한국과의 '과거사 전쟁' 준비에 열을 올리는 한편 이를 토대로 일본을 '전쟁 가능 국가'로 변신시키는 개헌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드러났다.

◇ 고노·무라야마 담화 흔들며 역사왜곡 주도 인물들 대거 입각
이번 개각에는 그동안 극우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아베 총리의 측근들이 대거 발탁돼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이 한층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문부과학상에 임명된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역사 문제에서 일본의 우경화에 앞장선 인물로 꼽힌다.정권 차원의 교과서 개입의 실무를 담당해 자민당이 학교 교과서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난징(南京)대학살 등을 기술하는 방식을 문제 삼으며 출판사를 압박하는 일을 주도했다.

아베 총리를 대신해 2차 세계대전 패전일(한국의 광복절) 등에 아베 총리 명의의 공물을 들고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참배해왔다.
하기우다 신임 문부과학상은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河野)담화(1993년 발표) 흔들기에도 앞장섰다.법무상에 등용된 아베 총리의 측근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자민당 총재외교특보는 한국에 대한 망언을 되풀이해온 인물이다.

그는 지난 1월 미국 워싱턴에서 강연하면서 '초계기-레이더' 갈등,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한국 전체에 '일본에 대해서는 무엇을 해도 다 용인된다'는 분위기가 판을 치고 있다", "한국은 중국, 북한 진영에 기울어있다"고 발언했다.

또 작년 4월에는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아주 화려한 정치쇼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훼했다.총무상으로 다시 입각하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 역시 일본의 침략 전쟁을 옹호하는 발언을 일삼으며 역사 수정주의에 앞장섰다.

그는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시절이던 2013년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村山)담화(1995년 발표)에 대해 "나 자신은 '침략'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무라야마 담화가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베 정권에 비판적인 민영 방송을 염두에 두고 제재 가능성을 운운하며 언론을 압박한 인물이기도 하다.

영토 담당상과 저출산문제 담당상을 함께 맡게 된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총리 보좌관은 올해 8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과거 일본에선 한국을 매춘 관광으로 찾았는데 나는 하기 싫어서 잘 가지 않았다'는 취지의 망언을 했다.

'징용,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불법적인 정황을 찾지 못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으며 2013년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미국이 실망 메시지를 내자 "실망한 것은 오히려 우리 쪽"이라고 주장하는 동영상을 제작했다.

◇ '한국 때리기' 앞장선 인물 중용해 사실상 '反韓내각' 꾸려
아베 총리는 이번 개각과 자민당 인사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주도하거나 강경 발언을 한 인사들을 핵심 포스트에 앉혔다.

수출 규제 등 경제조치를 계획하고 이끈 하기우다 대행을 문부과학상에 임명한 것을 비롯해 수출 규제의 주무부서 수장이던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을 요직인 참의원 간사장에 임명했다.

또 경제조치의 설계자로 알려진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자민당의 중요 직책인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에 기용했다.

이들 3명은 수출 규제와 관련해 마치 경쟁하듯 한국을 향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은 수출 규제 조치가 북한과 관련됐다는, 근거없는 '설(說)'을 흘렸고, 세코 간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수출규제를 비판한 것을 두고 "지적이 전혀 맞지 않는다"고 격에 맞지 않은 비판을 했다.

아마리 회장은 언론에 강경론을 주도하는 발언을 했다.
이와 함께 아베 총리는 한일 갈등 국면에서 '결례 외교'를 반복해온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을 방위상에 기용했다.

아베 총리가 이처럼 한국에 대한 강경파들에게 주요 보직을 준 것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등 경제 조치가 성공했다는 인식을 유권자들을 향해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향후 한국과의 갈등 국면에서 아베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한일 관계의 엉킨 실타래가 한층 더 복잡하게 얽힐 것으로 예측된다.

◇ 돌려막기 인사로 '친정체제' 강화…개헌 진영 '구축'
아베 총리는 정부 부처와 자민당의 주요 보직을 자신과 자신에 우호적인 인사로 채웠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 핵심 보직의 측근들을 유임시킨 것은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개헌에 힘을 쏟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온건파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을 유임시킨 것에도 야권을 개헌 논의에 끌어들이겠다는 계산이 엿보인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과 세코 간사장은 개헌 추진의 '돌격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은 지난달 개헌에 추진에 소극적인 중의원 의장을 교체하자는 강경 발언을 한 바 있으며,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로 추진력을 인정받은 세코 간사장은 참의원 내 개헌 논의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자민당 헌법개정추진 본부장은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개헌 이슈화에 앞장설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잦은 망언과 극우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전 방위상을 자민당의 수석 부간사장에서 간사장 대행으로 승진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그 나물에 그 밥' 분위기가 강한 이번 개각·자민당 인사에서는 '자민당의 젊은 피'로 불리며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30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38) 중의원 의원의 환경상 기용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 역시 대중성이 높은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개헌에 대한 거리감을 줄이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인사라는 분석이 많다.

또한, 고이즈미 의원 역시 패전(종전)일인 지난달 15일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는 등 우익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노골화하고 있어서 젊다는 것 외에는 아베 새 내각의 전체적인 색깔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한편 이번 개각에서는 '자민당 내 야당'으로 불리며 아베 총리를 향해 쓴소리를 했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의 파벌 이시바파 소속 의원들은 1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고노 외무상, 스가 장관, 고이즈미 의원 등 '포스트 아베' 주자들을 모두 중용하면서 이시바파를 배제해 이시바 전 간사장을 차기 총리 경쟁에서 도태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번 개각은 아베 총리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주요 보직에 앉힌 '회전문 인사'라는 점에서 '친구 내각'이라는 비판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가 친정 체제를 구축한 데에는 2021년 9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발생할 수 있는 조기 레임덕을 막으면서 한국과의 '역사전쟁'과 개헌에 힘을 쏟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