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76개월 만에 900억엔 밑돈 日공작기계 수주…본격적인 불황 전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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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정부가 발표하는 경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들이 심상찮은 모습입니다. 이번에는 제조업 강국 일본에서 경기 선행지표로 널리 알려진 공작기계 수주가 지난달 크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최근 일본공작기계공업회가 발표한 8월 공작기계수주액(잠정치)는 전년 동월 대비 37.1%나 급감한 883억엔(9769억원)에 불과했습니다. 2013년 4월 이후 무려 76월 만에 공작기계 수주액이 900억엔을 밑돈 것입니다. 2013년에는 중국시장 둔화와 유럽 재정위기 악화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악화되면서 일본 공작기계 업체들도 고전을 면치 못했었습니다.일본공작기계공업회는 미·중 무역마찰 격화로 중국 및 아시아 주요국에서 설비투자를 보류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일본 공작기계업계로 불똥이 튀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달 일본이 한국의 추석연휴에 해당하는 오봉연휴를 맞이해 근무일수가 적었던 점도 공작기계 수주 부진에 한몫했다는 설명입니다.

76개월 만에 900억엔선 무너진 일본 공작기계수주액/니혼게이자이신문 캡쳐
통상 일본에선 공작기계 수주액이 1000억엔을 웃도느냐 밑도느냐에 따라 호황과 불황을 나눈다고 하는데 올 6월 이후로는 공작기계 수주액이 1000억엔에 못 미치는 모습이 늘고 있습니다. 일본 공작기계수주액은 올 6월에 989억엔으로 32개월 만에 1000억엔을 밑돌았고, 7월에 1013억엔으로 일시 회복했지만 지난달엔 900억엔 선까지 무너지는 등 힘이 부치는 모습이 뚜렷합니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일본에 불황을 예고하는 그림자가 점차 짙어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이무라 유키오 일본공작기계공업회 회장은 “전체 수주액 1000억엔이 돼야 업계가 이익을 담보할 수 있다”며 위기감을 표했습니다.지난달 일본의 공작기계 수주는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인 점도 불안을 키우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내수는 전년 동월 대비 40.1%, 수출은 34.6% 줄었습니다.

일본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들이 최근 잇따라 무시할 수 없는 ‘경고음’을 내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주변국을 필두로 각국의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정부는 11일 개각을 통해 한국과의 경제대립에서 한 치도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더 늦기 전에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한·일간의 대립을 해소하는 길로 나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