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빌딩 넘어 항공업까지 베팅하는 미래에셋

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 형성
아시아나 항공 인수전 가세
"위기 극복에 극적으로 성공한
美 항공사 보면 승산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시선은 호텔과 빌딩 등을 넘어 항공업으로 향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이뤄 재무적 투자자(FI)로 뛰어들면서다. “위기 극복에 성공한 미국 대형항공사(FSC)의 사례를 참조하면 승산이 있다”는 게 박 회장의 판단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은 오래전부터 미국 항공업계의 역사와 주요 FSC의 위기 극복 과정 등을 분석하며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대비해왔다.

미래에셋대우 고위 관계자는 “델타항공 등 미국 FSC는 저비용항공사(LCC)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연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올리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왜 이렇게 FSC가 높은 이익률을 올릴 수 있는지,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유심히 살폈다”고 말했다.

국내 FSC는 여행 등 항공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서도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단거리 노선에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삼은 LCC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8%, 아시아나항공은 0.4%에 그쳤다.미국의 상황은 다르다. 미국을 대표하는 FSC인 델타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2.5%에 달했다. 유나이티드항공도 5.1%로 한국 FSC에 비해 이익률이 높았다.

미국 FSC가 높은 이익률을 올리기 시작한 건 2010년대 들어 FSC업계가 델타, 유나이티드, 아메리칸 등 ‘빅3’로 재편되면서부터다. 과거 미국 FSC는 현재 한국과 마찬가지로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기종 단일화를 이룬 LCC들이 국내선 시장을 대거 잠식하면서 위기에 빠졌다. 한때 세계 최대 항공사였던 팬아메리칸항공(팬암)이 1991년 파산해 공중분해된 것을 시작으로 노스웨스트항공(2010년), US에어웨이스(2015년) 등이 각각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과 합병하며 간판을 내렸다.

델타항공도 2001년 9·11 테러 이후 항공업 위축으로 경영난을 겪다가 2007년 파산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역시 파산 위기에 처한 노스웨스트항공과 합병하는 ‘역발상’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노선망을 대폭 확충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미래에셋은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릴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글로벌 여행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미국 FSC도 실적이 개선되는데 우리만 어렵다는 건 결국 경영상 비효율이 크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다음달 말 본입찰 전까지 실사 과정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노선망과 항공기 리스(임대) 현황 등을 전략적 투자자(SI)인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