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재팬, 짧은 연휴…올 추석은 고향 대신 '호캉스'

주말 왁자지껄
30대 직장인 A씨는 이번 추석 연휴에는 친정과 시댁을 찾는 대신 ‘추석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기기로 했다. A씨는 “명절에는 번갈아가면서 친정과 시댁에 가는데 올해는 친정 부모님이 놀러가라고 하셨다”며 “남편과 함께 서울 호텔에서 푹 쉬기로 했다”고 말했다.

A씨처럼 올해 추석 연휴에는 국내에서 ‘호캉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지난해 추석(9월22~27일)보다 이번 연휴 기간이 짧아 해외여행 선택지가 제한된 데다 최근 불거진 한·일 갈등으로 일본 제품을 사거나 일본여행을 가지 않는 ‘NO재팬’ 운동이 확산되면서 국내 호텔에서 지내는 것을 선택한 사람들이 증가해서다.
아이들을 데리고 추석 호캉스를 즐기는 가족도 늘어나는 추세다.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강남 제공
◆미혼남녀 ‘호캉스’ 선호

평소 ‘호캉스’를 즐기는 젊은층에서는 올 추석에도 호캉스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11일 결혼정보업체 듀오에 따르면 미혼남녀 416명 대상으로 추석 연휴 계획을 설문한 결과 ‘귀향하지 않겠다’는 응답자가 67.1%였다. 이들 중 75.6%는 ‘추석 바캉스를 떠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바캉스 유형은 호캉스(42.8%)다.

20대 여성 B씨도 이번 추석에 친구와 함께 호캉스를 즐기기 위해 서울의 한 호텔에서 수십 만원 대 추석 상품을 예약했다. B씨는 “부모님과 삼촌, 이모들이 몇 년 전부터 더 이상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추석때 놀러가는 집안 문화가 생겼다”며 “올해 연휴는 짧아 동남아시아로 놀러가기도 힘들고, 일본 여행도 기피하는 분위기라 그냥 국내 호텔에서 지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도 ‘추캉스’ 관련 게시글이 1000개 이상 올라왔다.명절 연휴 시댁과 친정을 찾던 가족들도 ‘추석 호캉스’ 열풍에 동참하는 모양새다. 서울 각 지역의 맘카페에서도 추석이 다가오면서 호캉스를 보내기에 어떤 호텔이 좋을지 정보 공유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게시글 작성자는 “24개월 된 아이와 함께 호캉스를 가려 한다”며 “어느 호텔이 좋을 지 추천해달라”고 올렸다. 서울 강남의 한 호텔을 예약하는 데 성공했다는 한 작성자는 “시댁과 친정을 각각 하루씩 가고 남은 연휴 기간 음식을 하지 않고, 아이들과 호텔에 가서 놀고 올 것”이라며 “아이들도 평소에 바쁜 아빠와 호텔 수영장에서 즐겁게 놀면 좋아할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석을 맞아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경DB
◆국내호텔 예약률 급증…‘추석 상품’ 인기몰이

추석 연휴 기간 호텔 예약률도 급증했다. 신라호텔에 따르면 서울신라호텔의 추석 상품인 ‘홀리데이 와이너리’ 예약률이 전년 대비 약 30% 상승했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와 서울 남산의 그랜드하얏트호텔 등도 추석 연휴 기간 객실 대부분 예약된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 특수를 맞아 주요 호텔과 숙박업소 예약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들도 특가 상품을 내놨다. 신라호텔, 켄싱턴호텔, 반얀트리 서울 등은 ‘추캉스 패키지’로 호텔 저녁과 조식, 와인 및 호텔 내 수영장을 이용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호텔스닷컴 등 호텔 예약 사이트들도 ‘추석 특가 세일’을 내걸고 숙박비용을 할인해줬다.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티몬도 국내 호텔 및 펜션 숙박 예약을 특가로 진행했다. 티몬 관계자는 “예전부터 명절 연휴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일본, 홍콩 등 기존의 대표적인 추석 연휴 해외 여행지를 기피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 숙박이 급부상했다”고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