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길의 경제산책] 공공기관 '낙하산'의 어떤 배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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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에선 작년 이상한 소문이 돌았습니다. 정치인 출신의 한 충북지역 공공기관장이 회사 챙기기보다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였지요. 무성한 소문 중 하나로 여겼습니다.
소문이 조금 더 구체화된 건 충북지방경찰청이 엊그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였습니다. 경찰은 약 9개월 간 내사 및 수사를 거쳐 내부 사회공헌자금을 부정하게 사용한 혐의(업무상 배임 등)로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과 직원 6명을 검찰에 송치(기소 의견)했지요.작년 1월 취임한 김 사장이 직원들을 시켜 회사의 ‘사회공헌자금’ 3억5000여만원 중 일부를 당초 명목과 다르게 특정 지역을 후원할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혐의이죠. 경찰은 앞서 가스안전공사 본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청주 상당구) 국회의원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김 사장이 회사 자금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게 경찰의 의심입니다. 본사가 위치한 충북 음성군보다 청주지역에서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집중적으로 벌였다는 겁니다.
사실 이런 의혹은 김 사장의 취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습니다. 시민단체 활동가 출신인 김 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충북도의회 의원을 지냈고, 도의회 의장(제9대)을 맡기도 했던 일종의 ‘낙하산’입니다. 처음부터 ‘가스안전공사’와의 상관성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김 사장 측도 억울한 점이 있을 겁니다. 가스안전공사는 어제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한 입장문’에서 “2013년 12월 충북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직전엔 경기 시흥)한 뒤 사회공헌 사업을 활발하게 벌여왔다. 작년부터 정부가 ‘사회적 가치 구현’ 증대를 요구해 공헌 활동을 확대했는데 이게 왜 배임 행위가 되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골자였지요.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지표 중에서 사회공헌 점수를 확 높였는데, 이를 따르기 위해 예산 배정 및 활동을 강화한 게 무슨 잘못이냐는 것이죠. 원죄는 ‘정부’에 있다는 겁니다.이 회사는 또 “경찰이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예산은 2017년 1억원 책정됐던 지역공헌을 2억원으로 늘려 집행한 부분인데, 이 정도 증액은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할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 않느냐”고도 했습니다. 올해는 여러 논란을 감안해 관련 예산을 아예 집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본사가 있는 음성군보다 청주에서 왜 훨씬 많은 지역공헌 예산을 집행했는지에 대해,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충북에선 문화예술과 복지, 시민단체 등이 다 청주에 몰려있어 어쩔 수 없다”며 “단체들이 많아 100만~200만원씩 쪼개 후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장 지시를 받아 사회공헌 활동에 발벗고 나섰던 애꿎은 직원들은 자칫 ‘범법자’ 꼬리표가 붙을 딱한 처지가 됐습니다. 가스안전공사의 한 직원은 “정치인 출신의 최고경영자(CEO)여서 더욱 조심했어야 했는데, 이런 점을 간과했었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지요.가스안전공사는 작년 전폭적인 ‘사회공헌’ 활동에도 불구하고 ‘201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소문이 조금 더 구체화된 건 충북지방경찰청이 엊그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였습니다. 경찰은 약 9개월 간 내사 및 수사를 거쳐 내부 사회공헌자금을 부정하게 사용한 혐의(업무상 배임 등)로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과 직원 6명을 검찰에 송치(기소 의견)했지요.작년 1월 취임한 김 사장이 직원들을 시켜 회사의 ‘사회공헌자금’ 3억5000여만원 중 일부를 당초 명목과 다르게 특정 지역을 후원할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혐의이죠. 경찰은 앞서 가스안전공사 본사를 압수수색했습니다.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청주 상당구) 국회의원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김 사장이 회사 자금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게 경찰의 의심입니다. 본사가 위치한 충북 음성군보다 청주지역에서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집중적으로 벌였다는 겁니다.
사실 이런 의혹은 김 사장의 취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습니다. 시민단체 활동가 출신인 김 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충북도의회 의원을 지냈고, 도의회 의장(제9대)을 맡기도 했던 일종의 ‘낙하산’입니다. 처음부터 ‘가스안전공사’와의 상관성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김 사장 측도 억울한 점이 있을 겁니다. 가스안전공사는 어제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한 입장문’에서 “2013년 12월 충북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직전엔 경기 시흥)한 뒤 사회공헌 사업을 활발하게 벌여왔다. 작년부터 정부가 ‘사회적 가치 구현’ 증대를 요구해 공헌 활동을 확대했는데 이게 왜 배임 행위가 되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골자였지요.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지표 중에서 사회공헌 점수를 확 높였는데, 이를 따르기 위해 예산 배정 및 활동을 강화한 게 무슨 잘못이냐는 것이죠. 원죄는 ‘정부’에 있다는 겁니다.이 회사는 또 “경찰이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예산은 2017년 1억원 책정됐던 지역공헌을 2억원으로 늘려 집행한 부분인데, 이 정도 증액은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할 때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 않느냐”고도 했습니다. 올해는 여러 논란을 감안해 관련 예산을 아예 집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본사가 있는 음성군보다 청주에서 왜 훨씬 많은 지역공헌 예산을 집행했는지에 대해,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충북에선 문화예술과 복지, 시민단체 등이 다 청주에 몰려있어 어쩔 수 없다”며 “단체들이 많아 100만~200만원씩 쪼개 후원하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장 지시를 받아 사회공헌 활동에 발벗고 나섰던 애꿎은 직원들은 자칫 ‘범법자’ 꼬리표가 붙을 딱한 처지가 됐습니다. 가스안전공사의 한 직원은 “정치인 출신의 최고경영자(CEO)여서 더욱 조심했어야 했는데, 이런 점을 간과했었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지요.가스안전공사는 작년 전폭적인 ‘사회공헌’ 활동에도 불구하고 ‘201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