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 내년 학교→교육지원청 이관…업무폭증·부실심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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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청별 장학사 1명 추가배치 한다지만…"감당 안 돼"
학교장 자체해결도 쉽지 않아…연 3만건 고스란히 넘어갈 듯내년 3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교육청 이관을 앞두고 교육계에서 교육청 업무 폭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지난달 2일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내년 3월 각 시·도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심의위)가 설치돼 일선 학교 학폭위가 하던 일을 맡게 된다.
교사들 요구가 정책변화로 이어진 것인데 시행도 되기 전부터 부작용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모든 학교폭력 사건이 교육지원청으로 넘어오면 지원청은 이를 처리하는 데 모든 인력을 투입해야 할 판이라는 것이다.교원단체들은 학교폭력 관련 업무가 과중하고 교사들이 학생을 상대로 '경찰 역할'을 해야 해 교육적이지 않다며 학폭위를 교육청으로 이관해달라고 요구해왔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학폭위 이관에 맞춰 전국 170여개 교육지원청에 심의위 담당 장학사 1명씩이 배치되도록 각 교육청 정원을 조정할 계획이다.
다만 170여명을 '순증'해주는 것은 아니고 상당수는 다른 국책사업을 위해 배정했던 인원을 돌려 배치할 예정이다.교육부는 지원청별 10~50명인 심의위원 연수비도 교부금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오랫동안 맡아온 한 장학사는 "그간 일선 학교 학폭위가 나눠맡아 온 학교폭력 사건이 고스란히 교육지원청으로 넘어올 텐데 장학사 한 명 늘려주는 것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학폭위 심의 건수는 2017학년도 3만993건으로 2016학년도 2만3천466건보다 32.1% 늘었다.2018학년도 심의 건수는 아직 취합 중이다.
2015학년도와 2014학년도, 2013학년도 학폭위 심의 건수는 각각 1만9천830건, 1만9천521건, 1만7천749건으로 증가 추세다.
학폭위는 학교폭력 사건 조사부터 피해자 보호 조처, 가해자 징계처분 결정까지 모두 해왔다.
쉽게 말해 경찰과 검찰, 법원의 역할을 한 위원회가 한 것이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재판'이라고 할 수 있는 '심의'에만도 최소 반나절은 걸린다는 것이 교사들 설명이다.
한 초등학교 교감은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을 때린 비교적 단순한 사건도 피해자와 가해자 증언을 듣는 데 각각 한 시간, 둘 사이에 실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사실을 확정하는 데 또 한 시간, 가해자에게 어떤 징계를 내릴지 결정하는 데 한 시간 등 제대로 심의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든다"면서 "학폭위를 종일 열어도 처리할 수 있는 사건 수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양태가 점차 복잡해지는 점도 문제다.
교육부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폭행 등 신체적 폭력보다 집단따돌림이나 사이버괴롭힘 같은 정서적 폭력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적 폭력은 통상 가해자가 여럿이고 가해 기간이 긴 데다가 가해자의 가담 정도도 차이 나 심의가 까다롭다.
특히 학생들 교우관계와 생활태도 등을 잘 아는 학교와 달리 교육지원청은 이런 '배경지식'이 전무하기 때문에 심의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경미한 학교폭력은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돼 모든 학교폭력 사건이 오롯이 교육지원청에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 2주 이상 신체·정신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가 발급된 경우 ▲ 재산피해가 있거나 그 피해가 즉각 복구되지 않은 경우 ▲ 학교폭력이 지속한 경우 ▲ 학교폭력을 신고·진술했다고 보복한 경우 등에는 무조건 학폭위로 넘겨야 한다는 점에서 학교장 자체 해결이 쉽진 않을 전망이다.
학교장이 피해자에게 자체 해결을 권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학교폭력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거나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학교장으로선 자체 해결하자는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 어렵다.
학교장 자체 해결은 피해자가 동의해야 가능하다.서울 한 고등학교 교장은 "대학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가 중요해지면서 가해자들도 학폭위에 나올 때 변호사까지 대동해 공방을 벌인다"면서 "교육부도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학교폭력 사건이 많지 않고 교육지원청이 모든 사건을 맡게 될 것으로 전제하고 지원책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학교장 자체해결도 쉽지 않아…연 3만건 고스란히 넘어갈 듯내년 3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교육청 이관을 앞두고 교육계에서 교육청 업무 폭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지난달 2일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내년 3월 각 시·도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심의위)가 설치돼 일선 학교 학폭위가 하던 일을 맡게 된다.
교사들 요구가 정책변화로 이어진 것인데 시행도 되기 전부터 부작용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모든 학교폭력 사건이 교육지원청으로 넘어오면 지원청은 이를 처리하는 데 모든 인력을 투입해야 할 판이라는 것이다.교원단체들은 학교폭력 관련 업무가 과중하고 교사들이 학생을 상대로 '경찰 역할'을 해야 해 교육적이지 않다며 학폭위를 교육청으로 이관해달라고 요구해왔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학폭위 이관에 맞춰 전국 170여개 교육지원청에 심의위 담당 장학사 1명씩이 배치되도록 각 교육청 정원을 조정할 계획이다.
다만 170여명을 '순증'해주는 것은 아니고 상당수는 다른 국책사업을 위해 배정했던 인원을 돌려 배치할 예정이다.교육부는 지원청별 10~50명인 심의위원 연수비도 교부금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오랫동안 맡아온 한 장학사는 "그간 일선 학교 학폭위가 나눠맡아 온 학교폭력 사건이 고스란히 교육지원청으로 넘어올 텐데 장학사 한 명 늘려주는 것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학폭위 심의 건수는 2017학년도 3만993건으로 2016학년도 2만3천466건보다 32.1% 늘었다.2018학년도 심의 건수는 아직 취합 중이다.
2015학년도와 2014학년도, 2013학년도 학폭위 심의 건수는 각각 1만9천830건, 1만9천521건, 1만7천749건으로 증가 추세다.
학폭위는 학교폭력 사건 조사부터 피해자 보호 조처, 가해자 징계처분 결정까지 모두 해왔다.
쉽게 말해 경찰과 검찰, 법원의 역할을 한 위원회가 한 것이다.
학교폭력 사건에서 '재판'이라고 할 수 있는 '심의'에만도 최소 반나절은 걸린다는 것이 교사들 설명이다.
한 초등학교 교감은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을 때린 비교적 단순한 사건도 피해자와 가해자 증언을 듣는 데 각각 한 시간, 둘 사이에 실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사실을 확정하는 데 또 한 시간, 가해자에게 어떤 징계를 내릴지 결정하는 데 한 시간 등 제대로 심의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든다"면서 "학폭위를 종일 열어도 처리할 수 있는 사건 수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양태가 점차 복잡해지는 점도 문제다.
교육부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폭행 등 신체적 폭력보다 집단따돌림이나 사이버괴롭힘 같은 정서적 폭력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적 폭력은 통상 가해자가 여럿이고 가해 기간이 긴 데다가 가해자의 가담 정도도 차이 나 심의가 까다롭다.
특히 학생들 교우관계와 생활태도 등을 잘 아는 학교와 달리 교육지원청은 이런 '배경지식'이 전무하기 때문에 심의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경미한 학교폭력은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돼 모든 학교폭력 사건이 오롯이 교육지원청에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 2주 이상 신체·정신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가 발급된 경우 ▲ 재산피해가 있거나 그 피해가 즉각 복구되지 않은 경우 ▲ 학교폭력이 지속한 경우 ▲ 학교폭력을 신고·진술했다고 보복한 경우 등에는 무조건 학폭위로 넘겨야 한다는 점에서 학교장 자체 해결이 쉽진 않을 전망이다.
학교장이 피해자에게 자체 해결을 권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학교폭력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거나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학교장으로선 자체 해결하자는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 어렵다.
학교장 자체 해결은 피해자가 동의해야 가능하다.서울 한 고등학교 교장은 "대학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가 중요해지면서 가해자들도 학폭위에 나올 때 변호사까지 대동해 공방을 벌인다"면서 "교육부도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학교폭력 사건이 많지 않고 교육지원청이 모든 사건을 맡게 될 것으로 전제하고 지원책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