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방폐장 9개월째 운영 중단…쌓여가는 폐기물

"본연의 일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마음이 답답하고 불안합니다.

"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직원의 한결같은 얘기다. 원자력환경공단은 경북 경주에 있는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을 운영하는 기관이다.

공단은 지난해 12월 30일 한울원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1천 드럼(드럼당 200ℓ)을 경주 방폐장에 들여놓은 뒤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방사성폐기물을 반입·처분하지 못하고 있다.

9개월째 개점 휴업인 셈이다. 각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방폐장에서 처분하지 못해 각 원전에 보관 중이다.

이런 폐기물 반입 중단 장기화는 2010년 경주 방폐장 운영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폐기물 반입이 중단된 이유는 경주 방폐장에 반입된 일부 폐기물의 방사능 수치가 잘못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지난해 7월과 8월 직원들이 직접 법·규정 위반 사례를 스스로 신고하는 운동을 한 결과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방폐장으로 옮길 때 핵종과 방사능 농도를 잘못 분석한 경우가 있었다.

경주시의회와 경주월성원전·방폐장민간환경감시기구는 일부 방사성폐기물의 방사능 수치가 잘못된 점과 방폐장에 바닷물이 유입되는 점을 문제 삼아 폐기물 반입과 처분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원자력환경공단은 올해 1월부터 방사성폐기물 반입을 멈춘 채 사실상 휴업 상태다. 방폐장 바닷물 유입, 폐기물 데이터 오류 문제와 관련해 민관은 올해 1월 '방폐물 관리 안전성 확보를 위한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민관합동조사단은 아직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 보니 원자력환경공단은 본연의 일을 하지 못해 속만 끓이고 있다. 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민관합동조사단이 결론을 내리기만 기다리고 있다"며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업무를 재개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